요동치는 안전자산..‘셀 아메리카’ 본격화?

미·중 관세협상 유보 이후 떨어지던 금값..미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시장 본격 엑소더스?...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반사이익 기대

2025-05-19     조성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중 간 관세 완화 소식에 최근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슈로 다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셀 아메리카(Sell America)가 본격화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  미·중 관세 협상으로 눌렸던 금값, 다시 반등


19일 오전 9시 4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1그램당 가격은 14만5690원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87%(1250원) 오른 가격이다.

금값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상호 관세율을 대폭 인하하며 최종 결정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하락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이 영향으로 국제 금값은 지난주 온스당 3121달러까지 떨어지며 5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7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낮추면서 금값 반등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국제금값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채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한 2011년 당시에도 달러와 미국 주식은 급락했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3년에는 피치가, 이번에는 무디스가 각각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은 주요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최고 등급을 상실했다.

쿠보타 토모이치로 마쓰이증권 수석마켓애널리스트는 "S&P, 피치에 이어 무디스까지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시장은 미국의 신뢰도를 공식적으로 낮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미국 주식을 매도하는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우치 노부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적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4월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 ‘셀 아메리카’ 본격화 조짐…자산 이탈에 안전자산 선호↑ 


일각에선 “셀 아메리카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셀 아메리카’는 투자자들이 주식, 국채, 달러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미국 기반 금융자산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매도세에 나서는 흐름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금 이탈은 자연스럽게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게 되는데, 이 때 투자자들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게 된다. 

실제 이날 오후 6시(미 동부시간) 이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7%(2929포인트) 하락했으며, S&P500선물과 나스닥100 선물은 각각 0.7%, 0.8% 떨어졌다.

치솟는 달러 가치에 환율관리도 비상이다. 연합뉴스 제공.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시장 이탈도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미국 주식을 8억5960만달러 순매도했다.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투자 수익률 악화도 매도세를 부추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9.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4월 초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기록하며 강달러 기조를 이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연방준비제도 흔들기에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 


◆ 한국 반도체 , ‘셀 아메리카’의 반사이익 기대 


한편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값으로 이동 중인 것은 물론, 일부 자금은 안정성과 회복력을 겸비한 시장을 재발견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갖춘 한국은 ‘셀 아메리카’ 흐름 속에서 오히려 방어적 성격의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관세 장벽이 낮아지고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무역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상대적 수혜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최근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 흐름에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낸드·D램(RAM) 가격 회복 조짐과 함께 투자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될수록, 단기 급등이 아닌 실적 기반의 우량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말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E)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실적에 기여할 수 있는 HBM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SK하이닉스의 HBM 총 출하량은 137억기가비트(Gb) 수준으로, 엔비디아 비중이 70%를 웃돌 것”이라며 “내년까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