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이차전지 업황 악화' 포스코, 위기 극복 새 시동건다
포스코, 1분기 순이익 전년 대비 44.3%↓…철강·이차전지 소재 업황 악화에 수익성 하락 미국 투자 결정·이차전지 소재 경쟁력 확대 위한 자금 수혈 등 위기 속에서도 재원 사용 속도
포스코그룹이 올해 주력 사업분야인 철강과 이차전지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상황을 장기전으로 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 및 재원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7조4370억원, 영업이익 5680억원, 순이익 344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 1.7%, 44.3%가 감소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철강, 이차전지 소재 등 핵심 사업의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중국 저가 물량 공세, 건설업 등 관련 사업 부진에 따른 수요 침체로 철강 업황 악화는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조강 생산량은 1550만t으로, 최근 4년 연속 감소세다. 올해는 여기에 미국 관세 압박까지 '삼중고'가 이어지고 있다.
판매가 부진하자 조강 재고는 지난해 연말부터 쌓이는 중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국내 강재 수요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연간 5000만t 명목 소비가 지난해 붕괴된 이후 올해는 최저 수준에 달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3월 12일부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데 따라 시행 첫 달인 3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4000만 달러(4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포스코그룹의 또 다른 핵심 분야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도 침체기다. 한국기업평가는 전방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부정적 수급상황이 지속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보수적인 전기차 재고 전략을 취하는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봤다.
여기에 대표적인 이차전지 소재 원료인 리튬의 경우 중국발 과잉 생산 지속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한 시기에는 앞서 가격이 높을 때 비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이처럼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재계 순위도 5위로 올라선 지 2년 만에 다시 6위로 내려왔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포스코그룹은 중국의 과잉 생산과 미국의 통상 압력이라는 악재가 중첩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탈탄소, 탈철강이라는 성장 전략 아래에 무거운 투자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위기 속에서도 적재적소 투자 단행·재원 확보 속도
그러나 포스코그룹은 어려움 속에서도 비주력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원 마련과 이를 활용한 선제적인 투자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철강 악화에도 미국 내 투자 결정하고 이차전지 캐즘 극복 위해 유증 단행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을 장기전으로 보고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지난달 21일 현대자동차그룹과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진행하는 8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합작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중장기적으로 북미 3국(미국·멕시코·캐나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해 새롭게 추진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강판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포스코그룹은 멕시코 자동차 강판 공장인 포스코 멕시코를 포함해 북미 전역에서 철강 가공 센터를 운영하며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번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과 멕시코 지역으로의 공급을 더욱 원활히 해 유연한 글로벌 생산과 판매 체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리튬부터 양극재, 음극재에 이르기까지 포스코그룹이 보유한 전 밸류체인(가치사슬) 경쟁력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해외 채권시장에서 총 7억 달러(9982억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도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5년 만기 4억달러, 10년 만기 3억달러 2개 트랜치로 나눠 진행됐는데,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이 자금을 에너지 소재 사업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에는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3사가 추진하는 1조56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포스코홀딩스가 9226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는 등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경쟁력 확대을 위한 자금 수혈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캐즘 이후 시장의 본격 성장에 대비해 사업회사 투자 사업을 완결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대표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 양극재 합작 공장과 포항·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사업을 완결해 이차전지 소재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의 지휘 아래 저수익·비핵심 자산의 구조 개편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총 45개 자산을 정리해 현금 6625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6개 자산을 처분해 2866억원을 마련하면서 9491억원 규모의 현금을 창출한 상태다. 올해 말까지 추가로 62개 가량의 자산을 더 정리해 총 2조1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투자는 8조8000억원 규모로 예정돼 있다. 광양 전기로 신설,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2단계, 호주 세넥스에너지 증산 등 그룹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특수소재인 고망간강, 리튬리치망간(LMR) 배터리 등 신기술 확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황 불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와 포트폴리오 정리, 자금력 확대에 집중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다.
다만 업황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역량 마련이 위기 극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신평은 "동시다발적 위험에 노출된 만큼 재무부담을 통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높은 투자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재무 여력의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투자로 재무 부담을 통제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성과의 발현이 이익 향상 및 재투자 재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