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위메이드, 블록체인 반격 시작…활기 찾을까
막힌 국내, 뚫린 해외…우회 전략에 나선 게임사들 제자리걸음인 법제도…현실과 괴리 커진 P2E 규제
한동안 조용했던 국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연이은 악재와 유저 이탈로 얼어붙었던 분위기 속에서도 넥슨과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블록체인 전략을 짜면서 업계 전반에 온기가 감돌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자사 대표 IP인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N’을 최근 정식 출시하고, 자체 토큰 넥스페이스(NXPC)를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했다. NXPC는 빠른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강점을 내세우며, 게임 내 자산 교환이나 대체불가토큰(NFT) 제작 등에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구조가 여전히 ‘사행성 경품’으로 간주되면서 법적 장벽이 존재한다. 이에 넥슨은 한국어 UI와 커뮤니티는 유지하되,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절충형 운영 방식을 택했다. 사실상 당장은 해외 이용자만 대상으로 서비스하면서도, 앞으로 국내 합법화 가능성에 대비한 유연한 행보로 읽힌다.
이와 함께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스포츠 협업도 추진 중이다. 내달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메이플스토리 데이’ 행사에선 인기 캐릭터 핑크빈이 야구장에 등장하고, 응원용 굿즈도 온·오프라인으로 선보인다. 팬덤과 브랜드의 접점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보다 복잡한 국면에 놓인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믹스(WEMIX PTE. LTD.)의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월 해킹 사고 이후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를 받았고,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 심문이 이날로 종결됐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오는 30일 내려진다.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위메이드는 글로벌 중심의 전략을 거듭 강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해외 거래소에서는 위믹스 연동 게임 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 버전 등 중심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게임은 위믹스를 직접 채굴하고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돼, 말 그대로 위믹스 메인넷의 실사용 기반을 검증받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과 위메이드는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결국 해외 시장이라는 공통된 해법에 도달했다. 국내에서는 현행 게임산업법상 NFT나 암호화폐 보상은 경품으로 간주돼 사행성 요소로 분류되며, 게임 등급 분류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P2E 구조를 도입한 게임은 국내가 아닌 해외서만 서비스 가능한 상황이다.
한때 P2E 열풍을 타고 각광받았던 블록체인 게임 산업은 국내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위믹스 해킹 사고 등 악재가 겹치며 빠르게 위축됐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수익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실제로 다수 국내 게임사가 해외를 겨냥한 신작을 준비하거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글로벌 전략 속 국내 제도 변화 가능성 주목
일각에서는 게임 아이템이나 자산의 현금화는 외부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이뤄지고 있는 만큼, P2E 구조만 따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발 인력과 기술, 자본이 계속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블록체인 게임 규제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박관호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잘못된 제도 관행에 대한 개선 움직임이 나오길 바란다”며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의 규제 완화가 실현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 산업이 과도기 한복판에 놓인 가운데 업게 전문가들은 “기술과 신뢰, 그리고 규제라는 세 축 사이에서 기업들은 여전히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길게 보면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제도적 유연성과이 균형을 이뤄야만 국내 게임 산업도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