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 KDDX 사업자 선정 신경전 속 함정 기술력 대결
KDDX 사업 하세월…양사 갈등의 골 깊어지고 정치권 개입까지 KDDX 갈등 속 HD현대·한화, 마덱스에서 함정 기술력 정면승부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경쟁 중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나란히 국내 최대 해양 전시회에 출격한다. 양사의 갈등과 방사청의 중재 미흡 등으로 KDDX 사업자 선정이 하세월인 상황인 가운데 양사가 함정 기술력을 놓고 정면승부를 펼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마덱스) 2025'에 참가한다. 마덱스는 우리나라 해군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해양 방위산업 전시회다.
양사는 이번 마덱스에서 '함정'을 중점으로 해양 방산 시장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적극 선보일 예정이다. 최신 함정 기술력을 공개하며 올해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올해 마덱스를 향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지난해부터 함정 분야 관련 사업에서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인 KDDX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산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으로, 6000t급 차세대 구축한 6척을 건조하며 사업 규모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안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따라 KDDX는 한국의 국가방위력 개선 부문에서 중요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러나 최종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선정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선 사례처럼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및 '공동개발'을 요구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본래 해군 함정 사업은 직전에 기본설계를 맡았던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를 진행하는 관례가 있어 왔다. 이에 KDDX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한화오션 측이 HD현대 측의 군 기밀 유출건을 지적하며 수의계약을 반대하고 나서며 상황이 꼬였다.
방위사업청의 결정만 남았지만 양사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는데다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지난해 사업자 선정이 됐어야 하나 방사청이 양사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왔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까지 나서면서 사업자 선정은 새 정부 조성 이후로 미뤄진 양상이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이를 둘러싸고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방사청은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을 내릴 방사청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분과위)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 방사청의 수의계약 추진에 대해 '방산 비리'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에는 KDDX 사업을 주도하던 담당자인 함정사업부장 신 모 준장이 전역원을 내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래 신 준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였으나 전역원을 낸 데 따라 이달 말 전역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경고에 부담을 느껴 나갔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함정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최초의 국산 구축함 사업이 하세월을 겪고 있자 업계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은 이미 많이 지연됐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한 결정으로 군 전력화가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KDDX 사업권 확보에 사활을 걸며 마덱스에서 함정 기술력을 놓고 정면승부를 펼친다.
한화오션은 이번 마덱스에서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과 KDDX를 중심으로 총 8종의 최신 함정 기술을 전시한다. 특히 무인함정 2종과 수상함 3종, 잠수함 3종으로 구성된 라인업은 설계·건조부터 MRO(정비·수리·보수)까지 전체적인 역량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 해군 MRO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등 MRO 시장 선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해 잠항지속 능력을 높인 3600t급 디젤 잠수함을 비롯해 전투용 무인잠수정(UUV)과 무인전력지휘통제함 등을 전시할 예정으로, 최근 불거진 해군의 대구급 호위함 결함과 관련한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함정, 수출 함정, 미래 함정 등 3가지 주제로 부스를 꾸리고 KDDX를 비롯해 울산급 배치-Ⅲ 선도함인 충남함, 자체 개발한 원해경비함을 전시한다. 또 필리핀과 페루에 수출하는 호위함들과 함께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고기능·고사양의 대양 작전용 6500t급 호위함을 최초로 공개한다.
경쟁사인 한화오션 보다는 글로벌 MRO 시장에서는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마덱스에서 글로벌 방산기업 레오나르도, 탈레스 등과 수출함정 개발에 필요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함정 수주 중심의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마덱스는 지난 1999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12개국 15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30여 개국 해군 대표단 및 1만5000여 명의 전문 바이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