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 카드 꺼내 든 SK이노, 새로 찾은 성장동력은
SK이노, 1년 2개월 만에 수장 교체→투톱체제로 전환…각 분야 전문가 시너지 기대 추형욱 대표 중심 LNG 사업 전개·장용호 총괄사장 지휘 아래 계열사 IPO 추진 속도
석유화학, 정유, 배터리 등 핵심 산업들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던 SK이노베이션이 1년 2개월 만에 전격 수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단독 대표에서 투톱(2 top) 체제로 변경하며 LNG(액화천연가스)와 M&A(인수합병)의 전문가를 동시에 전면에 내세운 만큼 턴어라운드(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29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24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상규 총괄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데 따라 그 자리를 '투톱 체제'로 변경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장용호 SK(주) 대표를 총괄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추 대표이사는 2021년 SK E&S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저탄소 LNG(액화천연가스),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수소 사업 등 4대 핵심사업 기반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이후에는 E&S CIC 사장과 시너지추진단장을 겸임하며 양사의 역량 결집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왔다.
장 총괄사장은 SK그룹 내에서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사업의 성장 전략을 주도한 전략가로 꼽힌다. 지난 2015년 SK(주)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으로 재직하면서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 인수를 주도하고 이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실적 악화를 타개 하기 위해 투톱 체제라는 새로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요 사업인 석유화학, 정유, 배터리 등의 업황 악화로 올해 1분기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에 최근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인 LNG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추 대표와 앞서 반도체 관련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신사업 및 M&A 추진 역량을 입증한 장 총괄사장을 수장으로 내세워 그룹 역량 강화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파악된다. 신사업 발굴과 LNG 중심의 에너지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가 모이는 부분이다.
일단 장 총괄사장이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맡으며 지주사 대표와 겸직하고 추 대표가 E&S를 전담하는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 E&S의 사업 시너지를 가속화하고 각 계열사별 리밸런싱(사업재편)과 운영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투톱 체제가 추진할 성장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추 대표를 내세운 만큼 SK이노베이션이 본격적으로 LNG 사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 E&S가 추진해온 호주 바로사-깔로바디따(CB) 가스전 사업이 오는 9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가동을 통해 연간 130만t 규모의 LNG를 생산하게 되며 매우 저렴하게 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E&S의 LNG 사업 추진에 대한 전망도 밝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E&S는 LNG 거래물량을 기존 500만t에서 올해 말 630만ㅅ, 장기적으로 1000만t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5GW 발전소를 보유한 국내 1위 민간 발전사업자로서 경쟁력 있는 LNG 가격을 통해 발전 분야 원가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LNG 업스트림부터 미드스트림에서 영업이익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B 가스전 물량 도입에 따라 LNG 거래 물량 증가 및 원가 경쟁력 개선이 기대된다"며 "연간 130만t 도입 시 전체 가스전 물량 만료에도 전체 포트폴리오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SK는 E&S를 중심으로 베트남 정부와 LNG 협력을 논의하는 등 다른 국가들과의 LNG 에너지 협력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 21일 SK는 베트남 재정부 산하 국가혁신센터(NIC)와 공동으로 하노이에서 'LNG 산업의 밸류체인 혁신을 위한 창의적 접근' 세미나를 개최하고 양국간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것을 의논하기도 했다.
당시 SK그룹을 대표해 세미나에 참석한 유영욱 SK 이노베이션 E&S 부사장은 "SK는 베트남의 '2050년 넷제로' 목표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 여정에 동참하고자 한다"며 "베트남에서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는 베트남 응에안성 꾸입란 LNG 프로젝트와 탄호아성 응이선 LNG 프로젝트 등 베트남 LNG 발전소 프로젝트에 참여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는 중이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냉각시켜 액체로 만든 것으로, 석탄보다 친환경적인 전환에너지로 꼽히는 동시에 세계 LNG 시장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LNG 시장 규모가 2269억7000만 달러(326조8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도 LNG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50% 이상 증가해 최대 6억8500만t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후 위기에 따른 탈석탄 움직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면서 LNG 수요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친환경 에너지 대신 LNG를 낙점한 상태로, 임기 시작과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한했던 LNG 수출 재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LNG 수요 확대 가속화가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장 총괄사장 지휘 아래 SK온을 비롯한 다른 SK이노베이션 계사들의 턴어라운드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특히 장 총괄사장이 앞선 M&A 경험을 살려 SK온과 SK엔무브의 IPO(기업공개)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엔무브와 SK온의 IPO는 SK이노베이션의 최대 과업이다. SK엔무브는 지난 2013년과 2015년, 2018년 등 지속적으로 IPO를 추진했으나 여러 가지 제약들로 철회된 가운데 7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상태다. SK온은 2022년 투자를 유치할 당시 2026년 말까지 IPO를 추진하겠다는 약정을 맺었으며 2028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한편 SK그룹은 다음달 13~14일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해온 리밸런싱의 중간 점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수장 교체를 단행한 SK이노베이션의 구체적인 전략 마련도 진행될 것으로 관심이 모인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