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수출·내수 '이중고'…새 정부 경고등

5월 미·중 수출 8%대 감소…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 1∼4월 소매판매 3년째↓…尹정부 제조업 생산증가 ‘반토막’

2025-06-01     장석진 기자
지난달 29일 제21대 대선 토론회에 나선 후보자들. 새 정부는 경제 부문에서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이 지난 달 29일 올해 경제성장(GDP) 전망을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낮춰 잡은 가운데, 수출과 내수 양쪽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美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공격 속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수출이 5월 8%대 하락을 보이는가 하면, 尹정부 들어 제조업 생산증가는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무거운 짐을 안고 출범하게 됐다.

1일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수출은 지난해 5월 대비 1.3% 감소해 수출 증가율이 지난 1월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양대 수출국인 미국(100억 달러, -8.1%)과 중국(104억 달러, -8.4%) 수출이 급감한 것이 뼈아팠다.


◆ 양대 수출국(미·중) 모두 고전…반도체 선방 자동차·석유화학 하락에 묻혀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선방으로 138억달러 수출을 기록, 지난해 5월 대비 21.2% 증가해 효자 노릇을 했다. 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다만 자동차 수출이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공장 가동 등의 영향으로 62억 달러에 그쳐 4.4% 감소했다. 또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36억 달러, 32억 달러로 각각 30.9%, 20.8%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저유가 기조에 따른 품목 가격 하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5월 수입액도 503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5.3% 줄어 무역수지는 69억4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을 제외하곤 2023년 6월 이후 윤 정부 내내 흑자 기조다.


◆ 내수 침체 및 생산 증가율 감소…올해 경제성장률 1% 미만 현실화하나


이런 가운데 1~4월 소매판매는 3년연속 감소해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동 기간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윤 정부 시작 직전의 반토막으로 내려왔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어려운 숙제를 안고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1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4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전년 대비 승용차(11.7%) 등 내구재는 3.5% 늘었지만 의류 등 준내구재(-4.7%)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4%)가 감소했다. 경제 취약층 입장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였다는 것으로, 서민 경제가 더 위축됐을 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1∼4월 소매판매는 2022년 2.1% 늘었다가 윤 전 대통령 임기 중인 2023년(-1.4%) '마이너스'로 전환해, 지난해(-2.0%)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줄었다. 상품소비가 3년째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 불변지수는 1∼4월 평균 지난해 동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1.4%) 이후 같은 기간 기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2021년(2.8%) 증가세로 전환했고 2022년(5.9%)과 2023년(5.4%)에는 5%대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증가율이 2.4%로 둔화했고 올해는 더욱 축소됐다. 다만 지난해 서비스업 생산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특히 고용효과가 크고 향후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건설경기가 지난해에 이어 더욱 악화된 것도 부담이다.

올해 1∼4월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동기보다 21.0%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4월 기준 가장 큰 폭 하락이다.

윤 정부에서는 내수뿐 아니라 생산도 후퇴했다.

올해 1∼4월 평균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에 그쳐, 윤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1∼4월(6.1%)의 반토막 수준이다.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흔들리는 모습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9일 경제 침체에 따른 금리 인하(25bp)와 더불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