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 개막]트럼프발 관세 발작…당면 현안은 ‘경제외교’
무역상대국 협상안 제시 압박, 철강 관세 2배 인상 이재명 “우리는 꽤 카드를 가지고 있어” 알래스카 LNG, 협상카드 주목받지만 사업성 우려 미국산 셰일자원 외교 가능…“에너지 양보 말아야”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당면 과제는 경제외교가 지목된다. 대선 전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인상과 무역 상대국들에 최상의 방안을 재촉하는 압박이 이뤄졌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양국 수출이 감소해 불이익도 현실화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실익외교를 강조해왔으며, 이를 위한 협상카드는 자원외교가 부각된다. 미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도 자원외교에서 협상의 여지가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오전 6시경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임기가 공식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위원 회의를 열어 이를 확정했다. 이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은 49.42%다. 득표수로는 1728만7513표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당선을 축하하며 “저성장, 저출생, 지방소멸 등 국가적 난제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확산, AI 기술혁명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발휘해 국가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울이 수십년 만 최악의 정치적, 헌법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한국의 주요 산업인 철강 및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 문제와 주한미군 축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최근 수십년간 선출한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한 한 명으로서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직면한 문제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면서 그중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꼽았다.
미중 무역갈등은 한국 수출에 타격을 입혔다. 5월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각각 8.1%, 8.4%씩 줄어 감소 폭이 컸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무역 상대국에 최상의 협상안을 제시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미국 연방 특별법원(국제무역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발동했던 상호관세는 위법하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상 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해 관세 정책이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당장 철강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될 형편이다.
이에 맞설 이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실익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필요하면 가랑이 밑으로 길 수도 있다”면서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이 다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쌍방에 득이 되는 길로 타협과 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만만하지 않다. 누가 일방적으로 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 것은 외교가 아니”라며 “우리는 꽤 카드를 가지고 있고, 서로 주고받을 게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두드러진 협상 테이블은 440억달러(약 60조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3~5일(현지시간)에 걸쳐 에너지 컨퍼런스가 개최된다. 일본은 타케히코 마츠오 외교부 차관이 참석한다. 한국도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파견된다. 이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한국은 관세와 국방비 등 현안을 수월하게 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한국 기업 중에선 SK,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등이 개발 사업 참여와 관련해 언급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철강 관세로 포스코는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SK도 에너지 부문이 사양화 되고 있어 재무적으로 참여 여력이 부족하다. 한국가스공사도 47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재정적 부담이 크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미국을 상대로 한 자원외교는 유효하다. 한국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미국 셰일 자원(셰일가스 및 셰일오일) 수입을 확대해왔다. 한국은 미국산 LNG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흡수합병 전 SK E&S)은 미국 셰일가스전(우드포드 셰일 필드)에 투자해 직접 LNG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프리포트 LNG 터미널의 액화시설 사용권을 확보해 2020년부터 미국산 LNG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LNG 장기 계약을 추가 검토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 GS에너지 등 다른 민간 기업들도 관련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퍼시픽과 20년간 연간 70만톤 규모의 LNG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산업 구조조정 정책 방안의 일환으로 미국산 에탄 가스 공동 구매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각국에 대한 FTA 관세 협상 때도 에너지 분야가 양보해 차, 반도체 등이 이득을 얻었다”며 “특정 업종이 볼모가 되는 식의 경제외교는 새 정부에선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