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금호건설, ‘오산 세교 아테라’, 무주택자 울리는 구형 냉장고 옵션 물의 "계약자가 호갱?"
민간참여 공공 ‘유상옵션 냉장고값 부풀리기" 2022년산 구형 200만원 더붙여, 에어컨도 의혹 공공분양서 무주택자·서민 ‘호갱’ 만드는 행태 부실 우려에 사업관리 LH, 업체 봐주기 의혹도
"냉장고가 좀 이상하던데요. 저희 부부는 여기저기 분양하는 단지를 찾아 다니는데요, 집을 구해야 해서요, 주방을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죠. 그런데 여기 단지는 유상옵션 냉장고가 몇 년 된 모델이예요."
'오산 세교 아테라'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나온 신혼부부 유모(34)씨의 얘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금호건설 컨소시엄(우미건설·신동아건설·신흥디엔씨)이 경기도 오산시 벌음동 382번지 일원 오산세교2택지개발지구 A12블록에 공급하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주택 ‘오산 세교 아테라’가 구형 냉장고를 시세보다 수백만원 부풀리기하는 등 주요 가전 제품에서 무주택 계약자에게 덤터기를 씌워, 물의를 빚을 전망이다.
2024년 7월 LH가 이 공공주택건설사업의 민간참여 공모를 실시할 당시, 공모에서 제시된 분양가는 LH의 제시 금액보다 낮았다. 유명 브랜드(?)로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려는 LH와 응찰 컨소시엄에서 가장 낮은 신용도(BBB-)로 낙찰받으려는 금호건설 컨소시엄의 의도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저가 입찰이다 보니 당연히 부실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이 사업의 민간 사업자인 금호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이번 ‘오산 세교 아테라’에다 평택 고덕 A-63·64 등 3개 단지를 동시에 수주, LH와 발코니 확장비 등 분양수익금을 공동으로 나누기로 하고 공동시행 계약을 체결했다.
3개 단지 중 첫 사업인 오산세교 A-12블록에서부터 저가 수주에 따라 공동사업자가 손실을 벌충하려는 사안이 가전 등 선택품목에서 계약자에게 시가보다 고가로 팔아,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선택 품목, 즉 유상옵션 가전 품목과 관련, 민간이든 공공이든 통상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은 삼성, LG 등으로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지를 넓혀줌에도 불구하고, 이 단지는 제습기와 쿡탑(인덕션 3구 블랙) 단 두 품목을 제외한 시스템에어컨(일반형, 프리미엄)과 냉장고와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쿡탑 등 모든 가전을 LG 제품으로 한정했다.
저가 입찰이 입주민 ‘호갱’ 만드나?
이 단지 주요 가전의 가장 큰 문제는 빌트인가전 중 4도어 냉장고 ‘LG Object GLASS’가 2022년 첫 생산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 냉장고가 출시될 당시 가격은 5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오산 세교 아테라’가 유상옵션으로 제시한 가격은 740만원, 구형 아이템이 오히려 200만 원 정도 비싸진 셈이다. 3도어는 600만원이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동일한 모델이 구형 냉장고로 220만원에 나와 있기도 하다.
물론, LG전자 측은 2022년 첫 출시된 이 모델이 현재도 생산 중이라고 했다. 유상옵션은 선택품목이기 때문에 “계약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가전 선택권 빼앗긴 무주택자는 '봉'인가?
그러나 무주택자를 위하고 국민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할 LH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0위의 금호건설이, 민간분양도 아닌 공공분양주택사업에서 구형 냉장고를, 그것도 2022년 출시 당시 가격보다 수백만원 비싼 가격에 유상옵션으로 제시한 것은 빈축을 넘어 입주민들을 ‘호갱’ 만드는 행태라는 평가다.
이 단지가 새집들이하는 2027년 11월이면 이 모델의 나이는 5살이 된다. 무주택자와 서민들이 평생 몇 번 하지도 못할 '신축 자기 집' 새집들이를 구형 냉장고와 함께 하게 되는 셈이다. 5년 전에 나온 구형 승용차나 냉장고를 그때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LH가 이런 사정을 모를 수는 없으므로 “업자 편의를 위해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총사업비 관리를 LH가 하고, 분양가 심의도 LH의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구형 고가 옵션은 비단 냉장고에 그치지 않는다. 이 단지는 전용 59㎡형의 LG 시스템에어컨 4대 가격을 6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달 3기 신도시 교산 첫 공공분양인 '교산 푸르지오 더퍼스트'의 같은 성능 삼성제품보다 60만원 비싼 가격이다.
LH-대우건설, 고가 외산 옵션 제시 물의
민간참여형 공동주택건설사업은 통상 LH와 민간 시공사가 각각 택지비와 공사비 일체를 투자하고, 사후 정산 후 투자 비중에 따라 손익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 공공주택건설사업이라는 명분과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교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가 대표적이다.
LH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지난달 민간참여형 공공주택건설사업으로 경기 하남 교산지구 A-2블록에 선보인 ‘교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는 발코니 확장 수익을 LH와 시공사가 공동수익으로 하고, 수익을 50%씩 나누는 유상선택 품목에 유럽산 고가 수입 타일을 제시하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이 단지는 거실 및 욕실 유상옵션에 벽과 바닥 유럽산 아트월 타일 등 고가 외산 제품을 제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발 환율 변동성 증대와 관세 인상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내 관련 업계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처럼 무주택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 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본격 분양에 들어가는 ‘오산 세교 아테라’ 단지에서 또 발생한 셈이다.
한문도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단지에서 발생하는 유상옵션 수익은 LH와 민간 시공사가 절반씩 나누는 것으로 안다”며 “민간의 창의적인 단지 계획과 가전·가구 설계의 이점을 무주택자와 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시행 중인 민간참여형 공공주택개발사업에 고가 외국산 옵션 적용, 구형 냉장고 옵션 제시 등의 행태가 실제로 있었다면, 이는 무주택자와 서민을 호도하는 일일 수 있으니 근절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