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휩싸인 중동정세..국제 유가 치솟는다

이스라엘, 이란 핵 시설 공격 코스피 급락...상승세 조정 명분 제공

2025-06-13     조성진 기자
13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테헤란 시내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과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WTI 시세 급등


12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11달러(0.16%) 내린 배럴당 68.0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습 소식이 알려지며 WTI 가격은 (장외거래에서) 14.02% 급등한 77.58달러에 거래됐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란 전역의 수십 개의 목표물을 포함한 선제적이고 정확한 합동 공세”라고 밝혔다. 이번 공습으로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교육 활동·모임·직장 운영을 금지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선제타격에 나선 배경엔, 중동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지키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 중동 리스크 장기화 시 원자재 폭등 불가피 


13일 상상인증권은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에 대해 정치적 계산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권 유지를 위해 전쟁을 활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법 리스크를 외부 갈등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 충돌은 민감한 핵시설을 타격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최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최예찬 연구원은 “양국 모두 보복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유가·금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란이 보복 공격 수위를 높일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로, 만일 봉쇄될 경우 유가는 12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 이슈에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여서, 달러/원 환율과 유가 모두 상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의 나탸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에 나서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카네바 총괄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위협이 있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 적은 없었다”며 “과거에도 항상 원유는 계속 흘러왔다”고 덧붙였다.

상상인증권 제공.

한편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후 2시 24분 현재 전날보다 37.86포인트(-1.3%) 떨어진 2882.17에 하락 거래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상승 출발했으나 이스라엘의 공격 소식에 곧바로 하락 전환해 장중 2900선을 내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그간 코스피가 상승했는데, 이에 따른 조정의 명분으로 중동정세 이슈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란 핵시설을 정말 타격했는지, 이란이 어느 정도 수위로 보복할 것인지가 될 것”이라며 “과거처럼 서로 합의 하에 몇 차례 교전 시늉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선 미국과 이란의 반응을 지켜보며 사후 대응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일 대비 3.7원 내린 1355.0원에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선 12원 가량 오른 1371원을 넘어섰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