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비상 석유화학업계, 정부에 “전기료 인하” 건의
적자 길어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산업용 전기료 급증 부담 직격 “위기지역 한해 전기료 낮춰주길”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구조조정 중인 석유화학업계가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 전기료 인하를 건의 중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는 주요 경제단체들이 요청하는 공통 사항이기도 한데, 특히 적자가 길어진 화학업계에서 절실하다.
하지만 전기료 인하는 한국전력이 반대하고 있으며, 정부도 한전 부채를 감안해 부정적이다. 이에 따라 화학업계는 위기지역으로 선포된 산업단지에 한해 인하해 달라는 대안을 요청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화학업계 대관 위주로 이같은 전기료 민원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희망퇴직 중인 LG화학의 경우 별도 기준 판매관리비에 귀속된 수도광열비가 1분기 172억원이었다. 전년동기 151억원보다 14% 올랐다. 1분기 286억원 영업적자에 비해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이는 LG화학 본사 등 사옥에서 사용하는 수도광열비로, 공장에서 쓰는 전기료는 제조경비로 분류돼 매출원가에 따로 잡힌다.
LG화학은 제조경비를 세분하지 않고 기타비용으로 뭉뚱그려 공시하고 있다. 2024년 기타비용은 3조285억원이나 됐다. 2023년 2조6820억원, 2022년 2조4403억원, 2021년 1조9968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판관비 내 수도광열비도 2021년부터 372억원, 459억원, 503억원, 536억원으로 매년 올랐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은 연료비 상승과 한전의 적자 악화로 2021년 이후 여러 차례 인상됐다. 누적 40~50% 수준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업종은 이처럼 제조원가가 인상된 부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할 수 있으나, 중국·중동과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극심한 원가 압박을 받는 중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 탓에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전기료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인하는 난관이 크다. 주택용 요금 동결이 잦아 산업용 요금에 인상이 집중됐으며, 그럼에도 한전이나 정부, 학계, 정치권에서는 원가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에 화학업계는 비상경제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한해 경영난 지원 차원에서 전기료 인하 또는 환급을 해주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최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전라남도 여수시가 지정됐으며 대산과 울산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이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구역으로 선포된 산단에 대한 지원이 주로 중소 협력사에 대한 금융 지원책에 그친다”라며 “원청 대기업이 망하면 지역 경제와 일자리가 파탄 날 수밖에 없는데, 소극적인 방안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배경인 한전 적자는 작년 흑자전환해 올 1분기까지 매분기 흑자를 보는 중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근래 보기 드문 15.5%에 이르렀다. 한전 부채는 그동안 적자가 쌓인 탓도 크지만, 투자금 소요 부담이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1분기 큰 폭의 흑자에 부채비율은 479.69%로 감소했지만, 이자발생부채는 136조7873억원에 달하며 증가세를 멈추지 않았다. 투자 부문에 사용한 현금이 1분기 약 7조원으로 전분기 2조5760억원, 전년동기 3조6260억원보다 폭증한 것에 기인한다. 한전채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채권시장의 블랙홀’을 자처한 한전이 원가절감 없이 사채에만 의존하며 이자비용을 줄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