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 벙커에 1급 발암물질 '라돈'...전략사 간부 무방비 노출 

일부 구역서 148베크렐(Bq/㎥) 매번 초과  유용원 의원 "장병 건강검진, 후속 조치 착수해야"

2025-06-17     설인호 기자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내 위치하고 있는 B-1 벙커 내부의 '라돈' 수치가 실내 공기질 기준치를 장기간 초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벙커에서 근무한 다수 장병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의 해명과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익명의 현역군인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제보받고 국방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벙커의 일부 구역에서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기준치인 148베크렐(Bq/㎥)을 매번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되된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2013년부터 B-1 벙커의 공기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오고 있다. 국방부 시설국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10여 년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환경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실태 파악과 저감방안 수립을 위한 전문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약 7억 8천만 원을 들여 저감시설 보강공사까지 진행했지만, 최근 측정치 역시 기준치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4년 측정 지역을 대폭 늘려총 서른 여덟 곳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저감시설 보강공사의 영향으로 평균치는 많이 낮아졌지만, 최고 706베크렐(Bq/㎥)이 검출되는 등 일부 구간에서는 변함없이 위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5년 수방사 B-1 벙커 일부 지역 라돈 측정결과. 유용원 의원실. 

라돈은 무색무취의 자연 방사성 기체로, 1급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흡연 다음으로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라돈을 지목하고 있다. 

 B-1 벙커는 암반과 지하수에서 고농도 라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로, 내부가 협소하고 외부 공기 유입과 자연 환기가 어렵다.

 B-1 벙커는 전시 대통령이 지휘하는 국가 전략지휘 핵심시설로, 매년 한미연합연습이 열리는 공간이다. 또한 작년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 일부 참모부 요원 약 40명이 B-1 벙커에 상주하며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주한미군 측과 전략사 지휘부에 비정상적인 라돈 수치를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략사 간부들은 공조기를 평균 약 30% 수준으로만 가동한 상태에서 약 3개월 가량 고농도 라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한 간부의 배우자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전략사 간부들은 라돈에 이미 장기간 노출된 상황에서 상황에서 석 달 후에야 모처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장병들이 주로 임무수행을 하는 지휘통제실을 비롯한 핵심 상주 공간은 공조 장치가 잘 설치돼 있어 기준치 이하의 라돈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설치된 공조 시설의 용량은 핵심 상주 공간 외 벙커 내부 전체를 커버하기에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라는 게 유 의원의 진단이다. 

미국 국방부의 경우 2018년부터 라돈 저감을 위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공기 배출 및 환기 시스템 강화 등 대대적인 조치를 통해 모든 군사 시설의 라돈 농도를 148베크렐(Bq/㎥) 이하로 유지 중이다. 

유 의원은 "B-1 벙커 전 지역의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 수립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제2 지휘시설 마련을 포함한 대체 방안 수립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략사 간부 40여 명에 대한 전수 건강검진을 철저히 시행하고, 만약 건강 이상이 발견된 간부가 있다면 치료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란다"며 "장병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명확히 해명하고,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며 "뼈를 깎는 반성과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