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지급이전업자 책임 이슈 여지..“보완 검토”

“부수적 보관·수합 업무, 추가 라이선스 요구 안해”

2025-06-17     조성진 기자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

법무법인 태평양은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내용 중 지급이전업자에게 부수적 보관·수합 업무에 대한 추가 라이선스를 요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율 미비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대답했다.


◆ “업무상 부수적 보관·수합은 별도 라이선스 면제”


17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내용 중 ‘지급이전업자가 부수적 보관·수합에 대해 추가 라이선스가 필요 없다’는 부분과 관련해 보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은 10일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는 별개로, 자본시장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체계화를 함께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준비됐다.

해당 법안을 보면, 디지털자산 지급이전업자는 자산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잠시 보관하거나 지갑 간 자산을 합치는 등의 기술적·운영상 부수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 

단순·부수적인 행위 때문에 별도로 커스터디(보관관리업)나 매매교환업 라이선스를 또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거래소나 보관업자 등 다른 업종의 디지털자산 사업자도 업무 수행 중에 자산을 이전하는 행위를 할수 있으나, 이들이 지급이전업자로 자동 분류하는 건 아니다.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는 “라이선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동일한 수준의 영업행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지급이전업 규제 안에서 이러한 부수적 보관·수합 행위를 커스터디 업자와 동일하게 규율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보완이 필요한 경우 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커스터디 개념 확장..“보관을 넘어 제한적 운용까지 허용”


김 변호사는 해당 법안에 대해 “가치 안정형 디지털자산은 법정화폐나 자산에 연동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며 “이를 토대로 디지털자산 매매·교환업과 중개업, 보관관리업(커스터디), 지급이전업 등으로 업종을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급이전업은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지급인과 수취인 간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규정된다. 

김 변호사는 “원화나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이전은 지급 행위에 해당하고, 비트코인 등 기타 자산을 활용한 경우는 이전 행위로 본다”며 “보관관리업의 경우 단순 보관을 넘어 스테이킹 등 제한적 운용까지 포함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 운용업도 개편된다. 그는 “디지털자산 일임업은 이용자별 맞춤 운용, 집합운용업은 2인 이상의 이용자 자산을 펀드처럼 운용하는 형태로 설계했다”며 “다만 자본시장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투자 자산은 디지털자산에 한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에 참석자 무리.

매매·교환 대행업과 자문업도 추가됐다. 김 변호사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지급 과정에서 수취인이 법정화폐로 받고자 할 경우 이를 중개하는 역할이 바로 매매·교환 대행업”이라는 설명이다.

규제 명확화 측면에서는 자본시장법과 유사하게 “자기 발행 디지털자산은 매매 교환업에서 제외하고, 중개업자와의 거래도 면제 조항을 둬 불필요한 이중 규제를 방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급이전업자가 업무상 일시적으로 디지털자산을 보관하거나 내부 수합 기능을 수행하더라도 별도 라이센스를 요구하지 않는 등 실무적 유연성도 반영됐다. 

그는 “자신의 고유 자산을 대여하는 디지털자산 대여업과 타인의 요청에 따라 투자 조언을 하는 자문업도 각각 별도 업종으로 정의했다”고 말했다.

공시 체계는 더욱 정교해졌다. 김 변호사는 “국내 발행 디지털자산의 경우 발행자가 작성한 백서를 법정 협회에 제출해 통합 공시 시스템에 게시해야 하며, 해외 발행 자산의 경우도 공시 요건을 충족한 설명서를 재작성해 등록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공시 면제 요건도 일부 인정된다. 그는 “전문 이용자, 소규모(100명 이하) 판매, 총 판매 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는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며, “단 정보 제공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김효봉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위원회 구성의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에 설치해 정책 심의·의결을 담당하게 하고, 위원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이 맡아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 간 균형을 고려했다”며 “민간위원을 절반 이상 포함시켜 시장 참여자들의 실무 경험과 의견을 제도 설계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공시 항목으로는 발행자·운영자 정보, 디지털자산의 용도·기능·발행량·기술적 기반과 보안, 이용자 보호장치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자산 자체가 기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만큼, 발행자에 대한 정보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 “민주당, 다음달 디지털자산 기본법발의 추진”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이 단순히 이용자 보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디지털자산의 법적 개념과 분류 체계를 명확히 하고 시장질서와 산업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종합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이근주 회장은 “디지털자산 발행 시 백서 공시 의무화, 자산 보호재단 설립, 사업자 폐업 시 이용자 자산 보호 방안,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율, 불공정 거래 방지 조항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논란과 관련해선 “은행에만 자격을 줄 것인지, 핀테크 기업에도 부여할 것인지 논쟁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과 디지털자산을 두 축으로 삼아 정무위원회의 입법 목표를 추진 중”이라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고, 상법에 담기지 못한 내용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그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역시 상법처럼 ‘헌법에 해당되는 법’으로 보고 있으며, 이제는 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국회가 속도감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정무위원 전체가 관련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기본법은 이미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으나, 최근 논의와 연구 결과를 반영해 빠르면 7월 중 새로운 기본법을 발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법상으로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이는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디지털자산에 대한 혁신 법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 유통이 활발한 가운데, 미국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 시장 선점을 통해 앞서가고 있다”며 “한국도 2017년 당시 선도적인 입장이었지만, 정책 부재로 그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우리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입법 활동을 했었지만, 이후 큰 진전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다시 정무위로 돌아오며, 디지털 환경 변화에 발맞춰 가상자산과 디지털자산이 활발히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자산에 열린 태도를 가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국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졌고, 정무위 민주당 의원들도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무위의 주도권이 야당에 있고, 상임위나 법안소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며 입법 지연에 대한 현실적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서며 시장이 커졌고, 디지털자산은 이미 9가지 권역으로 나뉘어 시장 전반의 정의와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라며 “투명성, 이용자 보호,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법안을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