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력 '쌩쌩'인데 HD현대오일뱅크 '먹구름'…넘어야 할 산 셋

정유·석유화학 업황 불황에 실적 부진 해결 방안 모색 분주 기업 IPO 재추진, '페놀 유출' 재판 리스크 해결 등 과제 산적

2025-06-17     함영원 기자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제공

HD현대그룹의 수익창출원이었던 HD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황 불황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겪으면서 해결 방안 마련에 분주한 한편 IPO(기업공개) 재추진과 페놀 유출 관련 재판 리스크 해결 등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가 최근 롯데케미칼과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통합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양사의 NCC 설비 통합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지분 60%, 40%를 보유하고 있는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사업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공장 유휴설비를 축소하고 설비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는 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며 "석유화학단지마다 중복으로 존재하는 NCC 설비 간 통폐합이 이루어지면 유휴 비중을 낮추고 중복투자 방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어떤 구조로 합칠 지가 관건인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는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하고 HD현대가 추가로 출자해 한 법인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급과잉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겠으나 수요 부진인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큰 변화를 불러올 해결책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석유화학 업황은 쉽지 않겠다"며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 누적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급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가장 주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정유업계 및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과잉 생산, 수요 감소, 국제유가 불안정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조4686억원과 영업이익 2580억원을 기록했는데,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8.2%나 줄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매출 7조1247억원과 영업이익 311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6%, 89.8%나 감소했다.

그간 현금창출원으로서 HD현대 그룹의 배당을 책임졌던 과거가 무색하게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차입 부담도 커진 상태다. HD현대오일뱅크의 리스 부채를 제외한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7조7151억원에서 올해 1분기 8조162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HD현대의 별도기준 배당수익 3249억원 중 HD현대오일뱅크가 2360억원으로 72.6%를 차지한 바 있는데, 올해는 업황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가 심화되면서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룹 내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 조선, 해양, 전력 분야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그룹 시가총액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데 HD현대오일뱅크가 다소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적 개선을 위한 수익성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데, HD현대오일뱅크가 낙점한 새 성장동력은 '친환경 연료'다.

HD현대오일뱅크는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항공유 등 친환경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초임계 공법이 도입된 바이오 디젤 공장을 가동하는 등 바이오 연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윤활유 시장도 공략하는 중으로, 특히 전통적인 윤활유 역할을 넘어 냉각 플루이드(냉각액)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나 ESS(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제품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 개선에 이어 기업 IPO도 과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부터 세 차례 IPO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는데, 실적 악화로 올해 재추진 여부도 불투명하다.

HD현대오일뱅크의 IPO는 기업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IPO에 성공하면 HD현대오일뱅크의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까지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적이 악화하면서 올해도 IPO를 추진하기에는 배경이 밝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발발한 중동 전쟁 리스크도 정유·석유화학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일시적으로는 실적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국내 생산 비용이 늘어나고 고유가에 대한 부담으로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법적 분쟁 리스크 해결도 과제로 남아있다. '페놀 유출'과 관련한 리스크다.

앞서 지난 2월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은 기준치 넘는 페놀을 포함한 불법 폐수 배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 측은 즉각 항소을 하며 "환경 오염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반박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문제가 된 폐수는 공장 내부에서 재활용되는 물로, 외부로 유출되거나 실제 환경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장 내에서 실시간으로 오염물질 농도를 관리하며 법을 준수해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양형 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한 상태다. 여기에 김옥수 충남도의원이 HD현대오일뱅크의 페놀 유출과 관련해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김 의원은 "HD현대오일뱅크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즉각 (HD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을 1509억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이 과징금을 기반으로 서산시민을 위한 특별지원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놀 유출을 둘러싼 재판 리스크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실적 부진 과제도 해결하면서 긴 재판 싸움을 이어가야 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