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새 정권 해외로 해외로…국내는 좁다
카카오뱅크·한국금융지주 등 해외 역량 확장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2주 만에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확장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현지 진출과 글로벌 자산 투자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며, 이른바 ‘K-금융’의 해외 시장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용은행(가상은행) 사업자에 공식 선정됐다. 태국 재무부는 전날 “카카오뱅크와 현지 금융지주 SCBX가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의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모델과 유사하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을 맺고 태국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SCBX는 태국 시중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을 포함해 2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금융지주다.
컨소시엄은 올 3분기 중 법인을 설립하고 약 1년의 인허가 준비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IT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기획을 주도하며, 향후 설립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는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의미 있는 이정표”라며 “이번 진출을 통해 디지털 금융 기술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향후 한국 기업들의 진출에도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금융지주도 미국 시장에서 자산 투자 확대에 나섰다.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은 미국의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인 ‘클리프워터 지주사(CW Parent)’의 지분 4.29%를 약 2723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클리프워터는 유한책임회사(LLC) 구조로, 내부적으로는 주식 대신 ’유닛(Unit)’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이번 투자는 최대 2억 달러까지 출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1달러당 1361.7원을 적용한 환율 기준으로 산정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클리프워터는 사모대출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운용사로,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대체투자 영역에서의 입지를 넓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해외 진출 행보가 단순한 개별 전략 차원을 넘어, 여권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외교’를 강조한 이후 금융사들의 해외 확장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은행연합회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산업적 측면에서 금융권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융 규제 개선과 정책 지원을 통해 한국 금융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지점 개설 등 제도적 장벽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금융이 단순한 대출 기능을 넘어,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과 글로벌 진출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