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방산' 날개 단 한화, 본업 석화도 재건할까

한화그룹, 조선·방산 날개에 시총 100조원 달성…본업 석유화학은 실적 발목 한화솔루션 케미칼·한화토탈에너지스, 개선 방안 마련 총력…업황 개선 관건

2025-06-20     함영원 기자
김승연 회장(가운데)이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 임직원들과 위기극복의 의지를 다지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조선, 방산 분야에서 호황인 것에 이어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도 회복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다만 수요 부진·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따라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조선, 방산 분야 호조로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HD현대에 이어 여섯 번째로 시총 100조원 클럽에 가입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룹 내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본래 한화그룹 내에서 석유화학은 '수출효자',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실적이 크게 하락해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연간 적자인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11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지난해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 9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경우 케미칼 대신 태양광을 담당하는 큐셀 부문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추세다. 태양광 사업도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으나 최근 미국, 유럽 등 시장에서 태양광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도약 발판을 다지는 중이다.

그러나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과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실적 반전 가능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기초화학 분야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막강한 가운데 특히 최근에는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도 COTC(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 설비 증설에 열을 올리는 등 석유화학 산업 진출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일PwC 연구원은 "중국과 중동국가가 이들 지역 내 대규모 COTC 증설에 나서면서 국내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석유화학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한화솔루션과 한화토탈에너지스도 위기 타개와 실적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먼저 한화솔루션은 LLDPE를 비롯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데 따라 여수 LLDPE(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공장의 합리화 방안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여수공장의 현재 3개 LLDPE 생산라인이 있는데, 이들의 수익성이나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조 개편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달 24일 대산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설비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상황 점검 후 빠른 시일 내로 정상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급 과잉과 수요 정체, 비용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생산 설비 재점검까지 나선 모습이다.

이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 첫 현장 경영 행선지로 한화토탈에너지스를 선택하면서 업계 주목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18일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R&D(연구개발)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

김 회장은 "그룹의 에너지·소재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산업 재건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이번 방문은 그룹의 위기 극복 의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현장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 관계자는 "한화토탈에너지스의 목표는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공장운영 경쟁력과 R&D 역량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유화학∙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재건 의지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공급 과잉으로 업황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단기간에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김서연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한화토탈에너지스의)실적이 망가진 건 업황 탓이 가장 크기에 기업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실적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업황이 좋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은 전 세계 수요가 위축되면 주요 제품 스프레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우선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