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모바일 금융앱 다크패턴, 투자자 수익 악영향”
금융사업자, 모바일 UX로 소비자 기만 시 처벌 규정 미비 김재섭 의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대표 발의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다크패턴'이 모바일 금융 앱 전반에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소비자 기만하는 ‘인터페이스의 덫’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외 다크패턴 규제 동향과 금융상품 분야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자본시장포커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다크패턴’이란 영국의 인지심리학자이자 UX 디자이너인 해리 브링널이 2010년 제시한 개념으로, 소비자의 인지 착각과 부주의를 유도하여 비합리적인 선택이나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 설계 기법을 말한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다크패턴에 대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소비자 피해와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정 연구위원은 “모바일 금융서비스에선 계좌 해지, 이체 한도 변경, 납입금액 조정 등의 기본 기능조차 절차가 번거롭거나 설명이 부족해 이용이 어렵다”며 “이는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취소·탈퇴 방해’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위탁매매 앱에서는 매수주문을 비밀번호 입력 없이 곧바로 체결하거나, 인기 종목 순위를 전면에 배치해 소비자 투자 성향을 왜곡시키는 방식이 흔하게 쓰이고 있다”며 “특히 매매 대가로 리워드를 주는 구조는 거래 빈도만 늘릴 뿐 소비자 수익률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OSC) 연구에 따르면, 소액 보상이 제공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매매 빈도가 39% 높았다.
정수민 연구위원은 “다크패턴을 이용한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비용 증가와 수익률 저하를 초래하는 결과”라고 경고했다.
또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순위’를 기반으로 한 정보 노출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순위 기반 정보를 참고해 급등락 종목이나 ‘복권형 주식’에 몰릴 경우, 단기 군집거래가 유도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연구에서도 순위 기반 노출을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해당 종목 거래 비율이 최대 14%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처벌 규정 미비...국회에선 관련 법안 추진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숨은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옵션의 사전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 및 탈퇴 등의 방해 ▲반복간섭 등의 유형을 다크패턴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여섯 가지 유형의 다크패턴이 금지됐지만, ‘숨은 갱신’을 제외한 나머지만 금융상품에 적용된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대면 거래 중심이라 모바일 앱 환경의 다크패턴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동의 화면에서도 ‘혜택 제공’, ‘놓치지 마세요’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로 소비자 동의를 유도하는 ‘오도형 다크패턴’이 자주 등장한다”고 지적하며, “모바일 환경의 제약을 악용해 기업이 소비자의 제한된 합리성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원회가 현재 준비 중인 가이드라인에는 기업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기준과 예시가 포함돼야 한다”며 “단기 실적보다 신뢰와 효용 중심의 금융서비스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상 다크패턴 수법으로 사업자가 얻은 이익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소비자를 기만할 목적으로 웹사이트나 앱을 교묘하게 설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돼 부당이익에 비해 제재가 턱없이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감시 사각지대를 교묘히 악용한 다크패턴은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이며 부당이익 규모에 비례한 과징금이 부과되어야 실효성 있는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