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찐한국] '실용성' 중시 에너지믹스 정책 추진…"신재생·원전 병행해야"
새 정부 에너지 전환 속도…원전·재생 병행으로 실용적인 정책 목표 원전-SMR 강화, 해상풍력·태양광 ·전선-에너지고속도로 건설 주목
이재명 대통령 새 정부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에너지 기업 및 전선 기업들이 관련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낙점한 AI와 관련해서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 수립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AI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이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혼합)'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과 해상풍력, 원자력 등 에너지 기업은 물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전선 기업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AI 사업 고도화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이 글로벌 화두로
2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가 3조3000억달러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IEA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전력망, 에너지 저장설비, 저배출 연료, 에너지 효율, 전기화 부문 등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투자가 총 2조2000억달러에 달하고 석유와 가스, 석탄 부문 투자도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AI 사업 고도화로 에너지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는데서 비롯된 결과다. AI 활성화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가동이 필수적인데,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량이 많기 때문이다. IEA는 오는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945TWh에 달하면서 2024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새 정부가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도 AI 사업을 위한 조치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날씨 등에 따른 간헐적 문제가 발생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따로 설치하면서 투자 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비교적 저렴한 원자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탈(脫)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대형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도 극단적인 탈원전이나 특정 에너지로만 집중하는 방식보다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혼합한 방식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에는 원전이 훌륭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하며 최근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대만 정부를 대상으로 "AI 산업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원전 건설을 중단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선 단순 발전원 교체가 아닌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내 여건에 맞는 실용적인 에너지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와관련, 스트레이트뉴스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4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정부의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원자력 발전 확대'가 응답률 34.6%를 기록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 전환'(30.6%)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실용적인 원전 병행 정책에 주목받는 SMR
원전 병행 정책과 관련해 업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분야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이다. SMR은 일반적으로 전기출력 300MW 이하 성능의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이 작고 자연 순환 냉각과 수동 냉각 시스템을 활용해 대형 원전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새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확정된 대형원전 2기와 SMR 1기 프로젝트 건설을 그대로 이행하기로 하고 건설 부지 선정 공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도 SMR을 장려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MR 기술 및 상용화 모델 개발 지원을 주요 내용을 담은 'SMR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해당 법안에는 SMR 기술 연구 촉진 및 지원 관련 조항과 기업 참여 확대를 위한 법률적 토대 구축 내용이 담겼다.
이에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SMR 분야 강자인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건설에 특화된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기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최근 체코 원전 수주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또 한수원의 경우 정부의 원전 병행 기조에 힘입어 그간 연구 개발에 집중해 온 i-SMR(혁신형 소혈모듈원자로)의 기본 설계를 올해 안으로 끝내고 오는 2028년 설계인가를 받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1위 SMR 설계회사인 뉴스케일파워가 진행하는 370억달러 규모 SMR 건설 사업에 원자로, 증기생성기관 등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중으로, 미국의 원전 확대 움직임에 편승하기 위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해상풍력·태양광·전선업계 수혜 기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본격적으로 속도가 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에너지고속도로' 등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산 방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 등이 포함됐다. 이춘석 국정위 경제2분과장은 "AI 기술혁명, 기후 대응 그린 전환이라는 도전에 대응할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2030년 첫 개통 목표 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총력 대응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당초 2036년을 목표로 추진되던 사업이지만 조기 개통을 통해 수도권의 전력 수요 대응과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전략 산업 기반 마련을 앞당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재생에너지, 전선, 해저케이블, 변환설비 등 관련 산업 전반의 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되면서 LS전선·LS마린솔루션(전선), 대한전선(전선), 두산에너빌리티(해상풍력), SK에코플랜트(해상풍력), 한화솔루션(태양광), HD현대에너지솔루션(태양광) 등의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을 통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풍력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경제성, 환경성, 수용성 등을 미리 검증한 입지를 계획할 수 있는 상태로,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와 관계 부처 합동 해상풍력발전추진단도 만들어질 수 있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해상풍력은 터빈, 타워, 베어링, 설치선까지 전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어 공급망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해상풍력·해상그리드 분야 역량 강화에 나섰다. LS전선이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의 유상증자 참여를 확정하며 '대형 포설선(CLV)' 확보를 위한 투자 계획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LS마린솔루션은 유증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형 해저케이블 CLV를 건조한다는 계획으로, HDV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을 시공할 수 있는 1만t급 이상 CLV를 확보해 해상풍력·해상그리드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추진될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대비해 미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고있다.
아울러 새 정부의 에너지 간판 공약인 '햇빛·바람연금',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에 따라 본격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중 햇빛연금, 바람연금은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주민들이 10MW 미만 규모의 태양광 및 해상풍력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힐 경우 토지와 자금 등을 제공하고 송전망 연결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공짜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활용한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과 나눠 농어촌 지역 주민의 소득을 높이고 국가 전력망 확충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태양광, 해상풍력 수요가 높아지면서 설비 증설 등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풍력 연간 설치량이 현재 3GW 대에서 2030년까지 10GW까지 증가해야 글로벌 탄소장벽 리스크에 대응이 가능해 풍력, 태양광 관련 업체들에 긍정적 사업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발전소 건설 및 원전 확대 반대 등 과제는 변수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6%에 그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8%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원전의 경우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황 의원이 발의한 SMR 지원 특별법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SMR은 위험하고 검증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핵산업을 찬성하는 시민들만 대변하고 있다는 이유다.
대전 지역 환경·시민단체 및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대전탈핵공동행동은 “위험하고 검증되지 않은 SMR 건설을 절대 반대한다”며 “황정아 의원은 'SMR 특별법' 발의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