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교환사채 부쩍 늘어…유상증자·자사주 복합요인

SKC·SK이노베이션·LS·LG화학·HD한국조선해양 등 다수는 자사주, 일부는 보통주 활용…이사회 결의로 자금 신속 조달 유상증자 이슈 커지자 오버행 늦추는 교환사채 유행

2025-06-27     이재영 기자

대규모 기업집단 내 교환사채(EB) 발행이 부쩍 늘고 있다.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가 주주와 마찰을 겪으면서 교환사채 방식으로 우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사주 활용 목적도 섞여 있다.

교환사채는 오버행(주권 희석화)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주가 상승이 교환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유증에 비해선 주주와 마찰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주권 희석 이슈가 상존하는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는 전날 26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 사모펀드(복수 이상) 대상자를 확정했다. 교환대상은 SKC 자사주다. 주식총수 대비 6.61%에 해당한다. 교환가액은 10만3842원이다. 사채만기일이 2055년 6월30일인 영구채다.

SK이노베이션도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2.25% 지분 규모 3767억여원 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자는 에코솔루션홀딩스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인 IMM크레딧솔루션(ICS)가 SK엔무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당시 계약은 2026년까지 SK엔무브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져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상장을 잠정 중단 결정했다. 대신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30%를 8592억원에 다시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번 교환사채는 지분 재매입 비용 일부를 조달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것이다.

앞서 LS도 자사주 1.2%를 활용해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재계에선 호반그룹을 상대로 LS와 한진그룹이 경영권 방어 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1.76%를 교환대상으로 1조3945억원이나 되는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SKC, SK이노베이션, LS 교환사채(만기이자율만 2%) 표면이자가 0%인데 비해 LG화학은 1.75%가 붙었다. 발행대상도 해외 사모 발행으로 차이가 있다.

이번 교환사채 발행은 만기 도래나 풋옵션 행사가 임박한 기존 해외 교환사채를 차환하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발행 교환사채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주가보다 훨씬 높아 조기상환 가능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새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자사주가 아닌 HD현대중공업 보통주 1.95%를 교환사채로 발행했다. 권면총액은 6000억원이다. 최근 조선업 업황 호조와 HD현대중공업의 주가 상승세와 맞물려 신규 자금을 신속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보통 교환사채는 중소 상장사들에게서 발행이 잦았지만 자사주와 유상증자 이슈 후 대규모 기업집단에게서 늘어나는 현상이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집단은 영구채로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잡혀 재무구조 개선효과도 생긴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달성 공약과 국회 계류 중인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5000과 같은 증시 상승에 대한 강한 기대나 공약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전망을 심어준다. 그만큼 교환사채의 투자 매력도 높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증시 부양 정책에 따라 교환사채 투자자들은 채권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향후 주식 전환을 통해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은 변수로 작용한다.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사주 처분 공급 자체가 줄어들 것을 가정하고, 공급자도 수요자도 막차를 타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

재계에선 지주회사 전환 당시 양도세, 법인세 과세이연 받은 세 부담 때문에 자사주 소각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환사채 계약 관계에 묶인 자사주는 의무소각을 피할 수 있는 법률적 보루가 될 수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