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폐업 100만↑...자영업자 “버티기 끝났다”
소매업·음식점업, 전체 폐업자 절반 가까이 차지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전체 폐업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내수 경기 부진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정면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6일 국세청이 공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2023년 대비 2만1795명 증가한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100만 명 돌파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폐업자 수는 2022년 86만7292명에서 2023년 98만6487명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결국 100만명을 넘기며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누적 손실과 고금리 여파,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폐업률도 상승세다. 지난해 전체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9.04%로, 운영 중인 사업자 10명 중 1명 가까이가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비중이 50.2%에 달해, 2010년 금융위기 여파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사업 부진으로 인한 폐업자는 총 50만6198명으로, 1년 전보다 2만4015명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소매업과 음식점업에서의 폐업이 집중됐다. 소매업 폐업자는 29만9642명으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고, 음식점업이 15.2%로 뒤를 이었다. 두 업종을 합치면 전체 폐업자의 45%에 달한다. 특히 소매업은 온라인·무인화 트렌드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타격을 입었다. 소매업 폐업률은 16.78%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로 해당 업종 폐업자 수는 4만9584명에 이르렀다. 폐업률 상위 업종은 소매업 외에도 음식점업(15.82%), 인적용역(14.11%) 등이 포함됐다.
소비 위축의 흐름은 통계청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소매판매 불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들며,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24%로, 10년 전 수준에 근접했다. 여기서 ‘취약 자영업자’란 다중 채무이면서 저소득 혹은 저신용 상태에 있는 사업자를 뜻한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소비쿠폰 지급과 함께, 연체 채무 조정과 탕감 등을 포함한 지원책이 담겼다.
다만 경제연구계에선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측은 “소비 위축과 고정비 부담이 맞물리며 자영업자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며 “금리 인하와 내수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올해도 폐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