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한 달 반…금융업권 하반기 기상도는?
은행·증권 ‘맑음’…카드·캐피탈·저축銀 ‘흐림’ 기준금리 인하·재정 확대에도 업권별 양극화 심화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 반, 금융권의 체감 ‘기상도’는 업권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확대 기조 속에 은행·증권업계는 청명한 날씨가 기대되지만, 카드·캐피탈·저축은행은 흐릴 것으로 보여진다.
◆ 은행권, 실적과 자본 ‘맑음’…지주 회장들 자사주 매입 ‘대박’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2025년 상반기 금융업권 정기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상향 평가된 건수는 9건, 하향은 10건으로, 전체적으로는 신용도 하방 압력이 여전하지만 일부 업권에서는 개선 조짐도 감지됐다.
정혁진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금융권 전반의 신용도 하락 압력이 여전하지만 금리 하락과 정책 효과에 따라 하향 기조가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상향 평가된 사례는 은행과 증권, 일부 생명보험사 중심으로 나타났지만, 캐피탈·카드·저축은행은 연체율과 수익성 악화로 하향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도 은행권은 실적·자본 모두 안정적인 ‘맑음’ 흐름이다. 13개 일반은행의 2025년 1분기 순이익은 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으며, 기업대출 확대와 채권운용 수익이 주된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며 억대 평가차익을 거뒀다는 소식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며 억대 평가차익을 거뒀다는 소식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보유 자사주 평가액이 약 12억6000만원에 달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약 11억원의 차익을 실현 중이다.
KB금융 양종희 회장은 자사주 수익률이 50%를 넘겼고,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1만주 매입 후 최대 89%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경영과 주가 부양이 맞물리며 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성향도 50%를 넘어서며 주주환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이 기준금리에 더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던 출연금, 예금보험료, 교육세 등의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와 비교해 여신금리가 약 0.15~0.2%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은행 세전이익이 5~10% 감소할 여지가 있다.
◆ “자본시장 살리겠다”는 신정부…미소 짓는 증권사
증권업계는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 관련 직접 수혜자로 볼 수 있다.
6월 조기대선 직후 코스피가 3200선을 회복하고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브로커리지와 운용 부문에서 전방위적인 실적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식거래 플랫폼 ‘영웅문’을 운영하는 키움증권의 경우, 1분기 영업수익으로 작년 4분기 대비 23%가량 급증한 5500억원을 기록했는데, 코스피가 지금처럼 우상향을 지속할 경우 하반기 실적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선 “국장이 살아나면 증권사들의 주가가 종전 대비 20% 이상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상반기 국내 대체거래소(ATS) 도입도 증권사들의 실적 랠리에 불을 붙였다. 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은 투자은행(IB)부문과 채권자본시장(DCM) 실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며 상반기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고, 일부 증권사는 “2분기 실적도 20% 이상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의 평균 자본이익률(ROE)은 올해 1분기 11.2%까지 상승했으며, 투자중개와 운용 수익이 빠르게 회복됐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유동성 대응능력을 인정받아 신용등급이 ‘A2+’에서 ‘A1’로 상향됐다. 여기에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회복과 국채 금리 안정세가 겹치며 NH·한국·미래에셋증권 등은 DCM, IB 부문 모두에서 ‘훈풍’을 누리고 있다.
◆ 카드업계 규제 강화, 캐피탈·저축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반면 카드업계는 단기·중기 ‘이중고’에 처했다. 올해 1분기 업계 전체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16.6% 감소했다. 카드론은 성장 정체, 민간소비 둔화와 함께 가맹점 수수료 수익도 줄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위원회가 개인워크아웃 대상자 등 저신용자에게 소액 후불교통카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카드사들은 사회적 책무와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 중이고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의 카드론 이용을 제한하면서 카드업계에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당국이 추진 중인 가맹점 수수료 구조 개편 논의는 기존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카드사 입장에선 삼중으로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여전히 건전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1분기에도 2%대를 웃돌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 중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는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IBK저축은행은 2년 연속 적자에 자본비율이 낮아지면서 등급 전망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연체율은 기업대출, 사업자모기지론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생명보험업권에서는 한화·동양·DB·ABL생명이 잇달아 등급 상향을 받으며 ‘안정적 이익 기반’을 인정받았다. 반면 KDB생명은 열위한 자본비율로 ‘A/부정적 전망’까지 하향됐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AAA/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정부의 배드뱅크 설립,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등 정책변화가 업권별 체질 개선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소비심리 위축, 부동산 시장 양극화, 중소형 금융사의 유동성 방어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업권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