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후발주자 SK온, LFP는 앞장설까
SK온, 전기차 배터리 대신 ESS용 LFP 정조준 LFP 양극재 선두 엘앤에프와 맞손…역전 주목
SK온이 LFP(리튬철인산)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경쟁사들이 일제히 LFP 배터리에 역량을 집결하는 가운데 배터리 후발주자였던 SK온이 LFP 배터리 시장에서는 역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일본 닛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및 관련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하는 한편 엘앤에프와 북미 지역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전기차 대신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 시장을 겨냥하며 사업 무게추를 옮긴 모습이다.
SK온은 지난 3월 닛산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닛산이 전기차 판매 부진, 경영난으로 전기차 생산 계획을 미루면서 자연스럽에 SK온의 배터리 생산 일정도 밀리게 됐다. 전기차 시장 회복세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긴 하나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전기차가 시장에서 우세하고 있고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정체) 현상도 기대보다 빠르게 완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SK온은 ESS용 LFP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AI(인공지능) 산업 발달로 인한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흐름에 편승해 배터리 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최대 10배 전력을 소모할 정도로 전력이 많이 들어가는 탓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데, 이때 비상전력을 담당하는 필수적인 설비가 ESS다.
특히 대형 ESS 프로젝트 하나에는 전기차로 치면 최대 10만대 분량에 달할 정도의 수많은 배터리가 필요한데, 안정성 등의 이유로 대부분 LFP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글로벌 ESS 시장 내 LFP 배터리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AI 산업 발달에 따라 LFP 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SK온은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다수 있는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설치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ESS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미국 내 ESS 누적 설치량이 지난 2023년 19GW 규모에서 오는 2035년 250GW로 1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반중국 정서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빈 자리를 공략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미국의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라인 현지화, 원료 탈중국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같은 미국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SK온은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중에서 LFP 양극재 사업을 가장 먼저 준비하고 있는 엘앤에프와 손을 잡기로 했다. 양사는 향후 공급 물량 시기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온은 LFP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를 엘앤에프를 통해 얻으면서 원료 탈중국을 꾀하는 한편 미국에 있던 기존 생산라인에서 LFP를 생산해 현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SK온은 "이번 협약은 SK온의 LFP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와 북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요건을 충족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이 LFP 배터리 시장 선점 가속화를 통해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면서 IPO(기업공개)를 위한 발판을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이석희 SK온 대표는 "올해 ESS에 대한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다"며 "미국에 집중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SK온이 국내 3사 중에서 배터리 후발주자인데다 LFP 사업에도 가장 늦게 뛰어들었지만 LFP 양극재 분야에서 선두인 엘앤에프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아 '역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K온과 손을 잡은 엘앤에프는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확보한 부지에 연간 6만t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설비를 마련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LFP 사업을 위한 신규법인을 설립해 미국 내 LFP 양극재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양사 간 협력은 탈중국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북미 지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한 행보로 추측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비중국 LFP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엘앤에프는) 양산 준비와 고객 확보가 가장 빨라 이에 따른 수혜 강도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