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산업 불확실성에 잇단 악재까지…에쓰오일 앞날은
에쓰오일, 상반기 실적 부진에 샤힌 프로젝트 공사 지연 우려 커져 기름 유출·채용 중단 등 상반기 위기 넘어 하반기 반등 가능성 주목
정유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에쓰오일(S-OIL)의 상반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에쓰오일을 둘러싸고 악재가 이어지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매출 8조3070억원, 영업손실 1442억원이다. 앞서 1분기(영업손실 215억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상반기 실적이 어두운 이유는 정유산업 업황 악화가 크다.
올해 상반기 정제마진이 소폭 상승해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긴 했으나 원유 구매단가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정유산업 수익성이 악화했다. 여기에 현재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가 여전하면서 정제마진 변동성도 커졌고 글로벌 수요도 둔화하면서 원가 상승과 판매 가격 하락 압박이 심화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에쓰오일이 공을 들이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잡음이 나오고 있어 에쓰오일의 고심이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노동계 파업이 확산되고 있는데, 울산의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도 해당되는 탓이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에 따라 연속 부분파업에 나선 상황이다. 이미 지난 16일 4시간 파업을 진행했으며 오는 18일까지는 7시간씩 파업을 진행한다. 아직 완전한 파업 시점은 정해지진 않았으나 오는 19일 에쓰오일 본사 상경 집회를 진행한 후 21일 쟁대위를 열고 투쟁 방향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건설 공사에 들어간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래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정유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화학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것으로, 기존 NCC 설비에 비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다. 정유사인 에쓰오일이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샤힌 프로젝트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면 에쓰오일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정유산업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악재가 연달아 겹치는 모습이다. 이미 에쓰오일은 지난 5월 울산공장 내 저장탱크와 선박을 연결하는 송유관 파손으로 인한 기름 유출 사고로 한 차례 수습에 나선 바 있었으며 이어 지난달에는 이례적으로 채용 중단까지 실시한 바 있다. 에쓰오일 측은 "경영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에쓰오일의 경우 다른 정유사들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아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정유3사는 미주, 북해, 서아프리카 등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에쓰오일은 최대 주주가 아람코로, 공급망 다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처럼 수익성 개선, 공급망 다변화, 샤힌 프로젝트 추진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하반기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익성이 좋은 윤활유 사업을 중심으로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활유의 경우 정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용도가 다양하고 수요가 경기를 타지 않고 꾸준해 '알짜' 분야로 꼽힌다.
에쓰오일도 지난 1분기에는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세 가지 사업부문 중에 유일하게 윤활유 사업부문에서만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 비중으로 따지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윤활유는 국제 품질 등급에 따라 크게 그룹 1, 2, 3으로 나뉘는데 에쓰오일은 세 가지 종류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단일 공정 기준으로 세계 2위 윤활유 생산업체로 꼽힌다.
이에 에쓰오일은 최근 유럽에 윤활유 판매 관련 신규 법인 'S-OIL Europe B.V.'을 설립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의 경우 그룹 2, 3의 윤활유 수요가 많은 편이다.
아울러 긍정적인 점은 하반기에는 정유산업 업황이 상반기 보다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신홍주 연구원은 "하반기 유가의 하향 안정화와 정제마진의 추가 강세를 예상한다"며 "현재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타이트해 소폭의 수요 개선이 마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공급 확대로 유가의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지만 현재 수준에서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저깅고 오히려 정제마진이 저유가 속에서 견조해 (업황의)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