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계대출 ‘속도조절’ 본격화
하반기 대출 목표 6·27 대책 이전 절반...문턱 더 높아져 수요는 그대로...대출 총량 목표 맞추려 공급은 줄여야
하반기부터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정부 요청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3조~4조원가량 축소한 데다,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이후에도 대출 수요가 여전히 뜨거워 당국의 관리 강도는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초 은행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 제출을 요구했고, 주요 은행들은 기존 연간 목표의 절반 수준으로 하반기 계획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이 하반기에 추가로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여력은 약 3조6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6·27 대책 이전 추산치인 약 7조200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연간 목표의 절반을 하반기에 배정했는데, 그중 50%만 제출했으니 사실상 연초 계획의 4분의 1만 실현 가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은 상반기 실적에 따라 축소율이 다소 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반면, 상반기에 목표를 초과한 은행들은 오히려 더 큰 감축 요구가 있을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말까지만 해도 대출 증가세는 둔화되는 듯했지만, 7월 들어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5대 은행의 7월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5000억 원 증가해, 하루 평균 1520억 원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7월 말까지 약 4조7000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은 특히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담대는 6월 말보다 2조3000억 원 이상 늘었고, 은행별 주담대 승인 건수도 6월보다 오히려 증가한 곳도 있다. 예컨대 A은행의 7월 승인 건수는 하루 평균 348건으로, 6월(293건)보다 많다. 이는 6·27 대책 발표 전 계약한 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전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대출 총량 제한으로 인해 은행들이 실수요자에게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3분기까지는 기존 계약에 따른 수요가 반영되겠지만, 4분기부터는 총량 목표 달성을 위한 조절이 불가피해 일부 집단대출의 경우 금리를 높여 선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게 현장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도 이러한 기조를 뒷받침한다. 18개 국내 은행의 3분기 일반 가계대출 태도 지수는 주택대출 -31, 신용대출 -22로 각각 전분기(-11·-11)보다 급격히 악화됐다. 이는 은행 대출담당자들이 대출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대출 환경이 가계 입장에서 갈수록 팍팍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집값과 주택거래량이 줄지 않으면 대출 수요는 그대로인데, 은행은 총량 목표에 맞춰 공급을 줄여야 해 ‘대출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