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달러·석유·디지털자산’ 트리플 고공 행진

낮아진 자산 가치, 저가 매수와 유동성 랠리 흐름 미 관세 발효 '째깍째깍'...지니어스법 통과에 가상자산↑

2025-07-21     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제공.

하반기에 진입하며 국내 시장이 환율, 유가, 디지털자산 ‘트리플 상승’ 국면에 놓였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근접했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67.9원으로 상승 전환했으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위험자산 선호 회복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재도입 가능성과 디지털자산 관련 정책 기대, 글로벌 달러 수요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시장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 원/달러 환율 1400원 근접…석유값도 오름세


20일(현지시간 기준)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의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는 당초 예상치(18만 명)를 웃도는 24만 명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3.8%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가 생각보다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달러 강세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다. 7월 초 1350원대에 머물던 달러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50분 기준 1390원대까지 올라왔다.

달러가 강세를 보일수록 국내시장에선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다. 동시에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 실적과 소비자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환율 상승은 곧바로 물가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한편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사실상 ‘무역 리셋’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8월 1일은 단순한 기한이 아니라 엄격한 마감선”이라며 “그날부터 각국에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선언했다.

러트닉 장관은 “현재 미국이 전 세계 교역국들에 기본 10%의 관세를, 중국에는 3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로 매달 약 300억 달러(한화 약 41조7500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달러 강세 탓에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3~17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667.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보다 0.4원 오른 수치다.

이달 둘째 주 들어 4주 만에 하락세를 보였던 휘발유 가격이 다시 반등에 나선 셈이다. 경유 가격도 마찬가지다. 리터당 평균 1530.9원으로, 전주 대비 0.7원 오르며 한 주 만에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도 가격 반등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미국발 관세 갈등이 확산되며 유가와 환율 모두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석유값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정부의 돈풀기, 자산시장 전반에 유동성 랠리 시동


최근 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각종 정책은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유동성 랠리’ 가능성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 우선 6월 27일 발표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3구를 포함한 주요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을 빠르게 억제하며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당장의 매수보다는 유동성을 확보한 채 기회를 엿보는 ‘준비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소비자심리지수 뿐만 아니라 유통업 주가와 코스피 지수를 함께 밀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기술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74조원,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다만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회복과 세트 제품의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더해지며 실적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민생소비쿠폰 등으로 인한 소비 확산과 함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의 실적 개선이 예고되면서 투자심리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83% 증가한 8조 4000억원, 4분기에는 13% 증가한 9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반도체(DS) 부문 실적 반등과 함께 디스플레이(SDC), 세트(DX) 부문의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상황도 지금보다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신제품 B40의 그래픽용 D램인 ‘GDDR7 메모리’를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4분기 실적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AMD의 AI 칩인 MI308에도 삼성전자가 메모리를 공급 중인 것으로 보이며, AMD가 중국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하원, 지니어스법 통과…불붙은 디지털자산 시장


디지털자산 시장도 뜨겁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2월까지 10만 달러선 안팎에서 횡보했었다. 이후 3~4월 7만 달러선까지 후퇴하는 약세를 보이다가 재차 상승세로 돌아서는 흐름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이달 둘째 주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11일 11만8000달러선, 13일 11만9000달러선을 차례로 돌파했다. 지난주 상승률을 보면 비트코인이 12%를 기록했고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18%, 리플(XRP)는 29%에 달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RP와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등 주요 알트코인의 상장지수펀드(ETF) 검토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알트코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특히 17일 미국 의회 하원은 ‘스테이블코인 혁신 프레임워크법(이하 지니어스법)’을 통과시켰다. 

지니어스법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기관을 연방은행, 주 면허기관, 비은행 금융기관 등으로 제한하고, 이들이 반드시 현금 또는 국채와 같은 저위험 자산을 1 대 1 비율로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준비금 내역은 매달 공개해야 하며, 연방 또는 주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위반 시엔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나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예금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그간 느슨했던 디지털자산의 규제 공백을 메우려는 조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국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미국 내 유통을 원할 경우, 외국 기관 역시 미국이 제시한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 역시 미국 규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디지털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니어스법의 시행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송금 서비스는 보다 명확한 법적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게 됐”며 “단기적으로는 발행 부담을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뢰 기반의 시장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은 지나치게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치우친 나머지, 산업 생태계를 억누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의 디지털자산 제도는 여전히 정비 중이다. 작년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거래소의 고객자산 분리보관과 해킹사고 대응 등을 의무화하긴 했지만, 과세체계와 회계기준, ETF 제도화 논의는 미진한 상황이다.

법 시행 이후에도 초단기 시세조종, 허수 주문 등 불공정거래가 잇따르고 있어, 금융당국은 거래소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자본시장법 수준의 처벌 수위를 도입해 제재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