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생태계 도약, 제도와 인프라 관건”
벤처투자·핀테크업계, 혁신 전략 논의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디지털이 대한민국 도약 한 축”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외환 리스크와 법제 불균형, 그리고 플랫폼 생태계 구축 방안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네트워크 효과와 규제 정합성이 결합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산업 생태계 조성 위한 정부-시장 공동 대응 필요
24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핀테크 및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포럼’을 개최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디지털 산업과 규제, 그리고 기업가의 열정이 잘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100조원 규모의 국가전략 산업 펀드 조성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함께 디지털 분야가 대한민국 도약의 두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영대 부이원장은 “정부가 전통적 신용평가로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과 창작자, 기술 기반 사업자 등을 위해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민간·공공 데이터를 결합한 SCV(소상공인 CD 데이터 댐) 모델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성 중심의 디지털 자산 법 개정은 마쳤고, 이제는 과세체계 정비 등 속도감 있는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는 글로벌 규제 정합성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부위원장은 “벤처투자 시장 육성도 필요하다”며 “투자 회수 시장이 아직 원활하지 않아 회수시장을 제대로 만들어야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000만 명의 내수시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이 어렵고 해외 진출을 염두에 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며 “디지털과 AI가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도 법과 제도, 규제 측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종옥 웨이브브릿지 대표는 “2024년 말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은 190조원에 이르렀고, 이 중 26.5%는 기관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도 이제는 개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관 대상 디지털 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 플랫폼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며, 커스터디부터 회계·세무 자문까지 일원화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한국도 유사한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국내 상장사들의 비트코인 보유 전략과 관련해 “글로벌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도 자산 배분 전략에 디지털자산을 포함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신뢰와 컴플라이언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적 장치가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며 “기관투자자 중심의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가 한국 자본시장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스테이블코인, 환불 의무·자기자본 요건 등 핵심 쟁점 명확히 해야”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비기축통화국에서 달러 등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쓰이면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입 확대 등 외환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는 통화주권 침해와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단순한 알고리즘이나 기술적 구현보다는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전략, 현지화·문화 적응력이 승패를 가른다”며 “참여자 인센티브 설계와 초기 시장에서의 ‘치킨-앤-에그’ 문제 해결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킨-앤-에그’는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쪽이 먼저 발생해야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타트업이나 플랫폼 생태계에서 자주 언급된다.
강 교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은 환불 의무, 준비자산 구성, 공시 기준, 자기자본 요건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정교한 규제 설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화를 디지털로 치환하는 기능을 넘어,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와 플랫폼 인벌럽먼트 전략 등을 활용해 이용자 기반을 확장해야 한다”며 “국내은행과의 연계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공존 가능성까지 포함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기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본부장은 “벤처투자는 단발적인 자금 지원이 아니라, ‘출자-투자-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벤처캐피탈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익에 기여하는 구조적 특징을 가진 산업”이라며 “출자자, 운용사, 창업기업, 회수시장 간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제대로 작동할 때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이기백 본부장은 “코스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회수가 지연되고, 이는 신규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신생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평균 16년이 걸리는 현실은 생태계에 치명적”이라며 “대기업이 제값을 주고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인수합병(M&A) 문화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2024년 기준 국내 벤처펀드는 총 60조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으며, 2300개 이상의 기업에 신규 투자됐다”며 “정부의 AI 투자 확대 기조와 벤처투자 40조원 정책 등은 긍정적인 기회지만, 여전히 초기기업 비중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투자 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모험자본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다양한 산업으로의 투자 분산과 민간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회수시장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국 벤처산업이 다음 도약을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자산, 이제는 투자 대상 아닌 금융 혁신 수단”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디지털 자산은 이제 투자 대상을 넘어 금융 혁신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기축통화로 기능하며 실물경제에서의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디지털 자산은 이제 투자 대상을 넘어 금융 혁신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기축통화로 기능하며 실물경제에서의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제도화 논의가 활발하다”며 “기존 토큰증권 관련 법안과 함께 통과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시장의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면 증권 발행·유통 시장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다만 통화량 증가, 외환 규제 사각지대 등 부작용 우려도 존재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의 경쟁력 문제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이런 우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 경제에 적합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벤처 투자도 반등세로 전환됐다”며 “특히 생성형 AI, 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 분야의 투자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06년에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오늘날의 기술과 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핀테크 기업들은 제도 공백과 과잉 규제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디지털산업혁신법, 토큰증권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지털 자산과 캠테크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규정하며 제도 정비와 투자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금융 산업의 핵심”이라며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투자가 어우러진다면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글로벌 금융 경제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토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분야의 열기가 뜨겁다”며 “이는 핀테크 산업의 확산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인프라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하지만 국내 전자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카드 기반의 전통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