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융 밸류업 난기류…상생 압박에 건전성 부담

KB, 주주환원율 50% 상회...신한·하나, 자사주 추가 매입 가계대출↓기업대출↑...기업, 실적 및 법인세 압박에 연체율 비상

2025-07-29     조성진 기자
서울 경리단길에 놓인 주요은행 ATM기. 장석진 기자.

상반기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의 순이익 총합이 1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반기 실적을 경신했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들 금융사는 주주환원 강화, 자사주 매입 등 밸류업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생산적 금융’ 요구와 맞물려 향후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실적 견인차는 ‘비이자이익’…밸류업 본격화


2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3조4357억원의 상반기 순이익을 기록해 4대 금융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신한금융은 3조374억원, 하나금융은 2조3,010억원을 각각 달성하며 전년 대비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은 1조5513억원으로 11.6% 감소하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경쟁사들이 전년 홍콩ELS 관련 기저효과에 힘 입은 점, 증권과 생명보험 등 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으로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번 반기 실적을 견인한 핵심은 비이자이익이었다. 전체 비이자이익은 7조2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늘었다.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상품 트레이딩 수익, 수수료 수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자이익은 다소 정체된 모습이었다.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다른 금융사들도 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아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다.

각 사의 밸류업 전략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KB금융은 주당 920원의 현금배당과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으며, 주주환원율은 51.6%에 이를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주당 570원 배당과 함께 8000억원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고, 이 중 6000억원은 연내, 나머지 2000억원은 내년 초까지 집행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상반기에 이미 4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 완료했으며, 2000억원을 추가로 매입·소각하고 있다. 분기 배당은 주당 913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주당 200원의 분기 배당을 유지 중이며, 하반기에는 우리생명보험의 연결 편입 효과로 비은행 부문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은행주는 평균 2.6%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0.1%)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은행주의 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2분기 실적 기대감과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픽사베이 제공.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증권주와 지주회사 등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법개정안 통과라는 재료 노출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그간 상승 폭이 컸던 조선, 화장품, 건설 등 업종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은행주는 상법개정안의 직접적인 수혜 업종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와 함께 여전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며 강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밸류업에 속도를 내려는 금융권과 달리, 정부는 다른 방향을 주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권이 주택 담보대출 중심의 이자놀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 특히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신임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5대 금융협회장들을 소집해 “AI, 첨단산업, 벤처기업 등으로 금융의 흐름을 돌릴 수 있도록 규제, 회계, 감독 관행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의 위험가중치 기준을 포함한 건전성 규제를 빠르게 개선하고, 민간자금의 혁신 산업 유입을 가로막는 병목 지점을 제거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도 제시했다.


◇ 규제 리스크에 하반기 금융 실적 하락 우려 목소리도


코스피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209.52포인트에 도달했다. 일간 기준 1.3% 수준의 누적 상승률 기록이다. 그러나 월초 흐름과 다르게 금융주 등락은 극명했다. 신한금융은 −5.62%, KB금융 −6.99%, 하나금융은 −8.86% 급락하며 금융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징후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선 정부가 반복적으로 ‘이자장사’ 프레임을 내세우는 것이 자칫 금융사의 자율성과 혁신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 수수료 정책, 대환대출 플랫폼 개입 등 전례에서처럼 정책의 방향성이 변동될 경우 금융사의 중장기 전략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들이 최대 실적을 냈다는 호재가 있었지만, 정부 규제 강도가 다시 높아지며 금융주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고 했다.

은행주가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 가계대출 규제 등 건전성 악화로 이익 성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주가 큰 폭으로 조정된 건 업황과 실적개선 대비 주가 상승의 속도가 다소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금융주는 올해 가파른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금융주와 비교할 때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저평가됐다”며 “이는 상당 부분 총 주주환원율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 자체적인 밸류업 조치와 함께 정책의 초점이 주주환원 확대에 집중되고 있어 궁극적으로 저평가 해소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픽사베이 제공.

은행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융사의 밸류업 전략은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서 정부 기조와의 조화 속에서 재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환원 강화라는 시장 친화적 접근과 함께, 사회적 책임 확대라는 공공성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주는 상법개정안, 자사주 의무소각,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 증시부양, 주주환원 관련 대표적인 정책수혜주로 부각되며 독보적인 주가 성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최고세율 상향, 법인세 및 대주주 양도소득세 인하분 원상복구, 증권거래세율 인상, 감액배당 과세 등 주식시장 관련 세제혜택이 기존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하반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어느 수준까지 실현될지, 또 금융지주들이 자율적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정부 기조에 어떻게 호응할지가 금융권의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순이자마진(NIM) 축소 기조…기업대출 확대, 은행권에 ‘역풍’ 우려


한편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정부의 가계대출 통제 속에 각 은행은 개인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하고 있다. 소비 둔화와 대출 총량 규제 속에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대신 기업여신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 중이다. 

그러나 대출 수요처인 기업들 역시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수출 부담이 커졌고, 국내에선 법인세 환급 축소와 각종 세제개편 논의가 맞물려 기업 재무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기업 어음 부도율은 0.4%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3월(0.41%)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월의 0.04%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10배 폭증했고, 이는 기업의 지급 능력 경고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6월 말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0.11%로 작년 동월(0.02%)보다 크게 상승했고, 중소기업 연체율도 0.44%에서 0.55%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하반기에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외화결제 부담, 관세 증가, 이중과세 위험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상환능력 악화가 예상된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이자율 하락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는 단기적으로 성장 여력을 제공하지만, 관세·세금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에서는 실적과 자산건전성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은행권은 수익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