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완전한 무역합의 체결…한국, 3500억 달러 투자”
이재명 대통령 “큰 고비 하나 넘겨” 조선·반도체·이차전지 등 수혜주 부상
한국과 미국이 상호 15% 관세 및 전면 무역 개방에 합의하면서 전략산업 중심의 대미 투자가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호혜적 통상 합의”로 평가하며 산업협력 강화 기대를 밝혔다. 정의선·이재용 등 재계 수장들의 워싱턴 방문도 막판 협상에 힘을 실었으며, 조선·반도체·이차전지 업종의 수출 확대 기대에 증시도 들썩이고 있다.
◇ 트럼프 “한·미, 상호관세 15%·전면 무역 개방 합의”
30일(현지시간 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이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한미 간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는 각각 15%로 조정된다. 애초 협상이 결렬될 경우 8월 1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고, 자동차 관세는 이미 4월부터 25%가 적용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를 제공할 것이며, 이는 미국 정부가 통제하고 대통령인 내가 직접 선정한 투자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으며, 그 외에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투자 총액은 향후 2주 내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때 발표될 예정”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메세지는 이 대통령이 6월 초 조기 대선에 당선이 된지 약 두달 만이다.
이번 합의에는 무역 전면 개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될 것이며, 미국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모든 상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상호관세율을 15%로 정했으며, “미국은 어떠한 관세도 부과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협상에 나선 무역대표단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며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무역 협상으로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다수 국가 지도자들과 대화했으며, 모두가 미국을 매우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 이재명 “호혜적 통상합의…한미 산업협력·동맹 강화 계기 될 것”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 국민주권 정부의 첫 통상분야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략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오늘 드디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은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합의는 제조업 재건이라는 미국의 이해와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라는 우리의 의지가 맞닿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상호관세 합의를 통해 한미 간 산업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한미 동맹도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항상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다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발언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러트닉 장관은 소셜미디어 채널 엑스를 통해 “한국이 미국에 제공할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이 대미 투자를 이행하게 될 것이며, 이 구조는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트닉 장관은 “한국은 향후 3년 반 동안 미국산 LNG와 기타 에너지 제품을 1000억 달러어치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며 “관련 발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할 시점에 맞춰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 분야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불리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 구리에 대해서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기존 관세율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 조선·반도체·이차전지 중심으로 주가 상승 기대
한국과 미국의 이번 관세 합의로, 국내 산업계와 증시가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특히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미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종목들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협상의 막판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단순한 외교 채널만이 아니었다. 경제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 수장이 7월 중순부터 줄줄이 워싱턴 D.C.를 찾았다. 이들은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의 연쇄 면담을 통해 조선, 반도체, 에너지, 전기차 분야의 투자 의지를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와 연계해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삼성과 LG는 반도체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망 구축을 중심으로 한 협력안을 제시하며 전략산업 중심의 투자 프레임을 확정지었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 대표단과 재계 인사들이 협상 막판까지 현지에 머물며 워싱턴과 서울 간 고위급 소통을 실시간으로 이어갔다”며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 합의를 넘어 안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협력으로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증시에서는 협상 타결 직후 수혜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조선업종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미국 조선시장 진출의 직간접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분야 역시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확대, 관세 부담 완화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원익IPS, 한미반도체 등 주요 종목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산 LNG 등 에너지 제품을 1,000억 달러어치 수입하기로 한 점도 업계에 긍정적이다. SK가스, 효성중공업 등 에너지 수입·인프라 관련 종목들의 수출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북미시장 내 관세 우위를 확보한 데 따른 수출 확대가 기대되며, 바이오 및 IT 인프라, 스마트팩토리 관련주들도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이번 무역합의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라 전략산업 중심의 장기적 포석이 깔린 협력 선언”이라며 “국내 수출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과 외국인 순매수 유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 중국·캐나다·러시아 여전히 냉랭…트럼프 “시장 개방 없으면 고율 관세”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과도 대규모 석유개발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 협력을 이끌 정유회사를 선정 중이며, 언젠가는 인도에 석유를 수출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도 관세 인하를 위한 제안을 보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전체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7월 말 기준으로 한국, 일본, EU와 각각 15% 관세율로 최종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은 기존 27.5%에 달하던 자동차 관세까지 15%로 조정받았으며, EU 역시 30%였던 상호관세율을 대폭 낮췄다.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19%의 관세율로 미국과 합의했으며, 베트남은 기존 46%에서 20%로 대폭 인하된 조건을 확보했다. 멕시코는 토마토 수입에 대해 17% 관세를 즉시 부과받았다.
다만 중국과는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부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등을 조건으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관세 휴전은 90일 연장됐지만, 구조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캐나다 역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5% 상호관세가 부과된 상태이며, 브라질은 50% 관세를 통보받았다. 러시아에는 최대 100%의 2차 관세가 예고된 상황이다.
미국은 아직 무역 합의를 마치지 않은 국가에 대해 15~20% 수준의 관세를 일괄 적용할 방침이며, “시장 개방 여부에 따라 훨씬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