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법인 6360곳 돌파…미국 집중, 중국은 감소세
국내 92개 대기업집단이 운영 중인 해외법인 수가 6360곳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미국 법인이 전체의 26%를 넘어서며 압도적 1위를 기록한 반면, 중국에 둔 법인은 감소세를 보이며 대조를 이뤘다. 그룹별로는 한화가 4년 연속 해외법인 최다를 기록했고, 삼성은 법인 수를 늘린 반면 SK는 줄이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한국CXO연구소는 31일 ‘2025년 국내 92개 그룹 해외계열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92개 그룹이 올해 공정위에 보고한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92개 그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계열사는 총 6362곳으로, 1년 전보다 200여 곳 증가했다. 이는 같은 그룹들의 국내 계열사 수 3301곳보다 3000곳 이상 많은 수치다. 이들 해외법인은 전 세계 131개국에 분포돼 있으며, 특히 미국에만 1673곳이 설립돼 전체의 26.3%를 차지했다. 미국 법인 수는 2021년 18.8%에서 매년 상승해 올해는 0.5%포인트 더 증가했다.
미국 다음으로는 중국이 808곳으로 두 번째였으나, 1년 전보다 19곳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체 해외법인 중 중국 비중도 2022년 15.9%에서 올해 12.7%로 하락했다. 반면 베트남은 325곳으로 3위를 차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어 싱가포르(238곳), 일본(224곳), 인도네시아(203곳), 프랑스(194곳), 인도(175곳), 독일(162곳), 홍콩(150곳) 순이었다.
특히 싱가포르에 설립된 해외법인이 일본보다 많아진 점도 주목된다. 2021년만 해도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167곳, 163곳으로 비슷했지만, 올해는 싱가포르가 238곳으로 홍콩(150곳)보다 88곳이나 많아졌다. 이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매력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룹별로는 한화가 833곳으로 해외법인 최다를 기록했다. 2021년 447곳에서 시작해 매년 증가한 한화는 올해도 9곳을 더 늘리며 4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SK는 올해 618곳으로 전년보다 20곳 줄었고, 삼성은 574곳으로 1년 새 11곳을 늘리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삼성은 2018년 663곳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올해 처음으로 반등했다.
한화, SK, 삼성에 이어 현대차(450곳), CJ(411곳), LG(294곳), 롯데(202곳), GS(177곳), 포스코(143곳), OCI(123곳), 한국앤컴퍼니(120곳), 미래에셋(118곳), 네이버(104곳) 순으로 100곳 이상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그룹이 조사됐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향후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요인을 고려할 때,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 법인 설립 기조는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법인을 단순한 생산거점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