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실망’ 매물 속출…코스피 ‘털썩’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 하락...세제개편안도 부담 더해 원/달러 환율 1400원대...달러 강세와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정 체결이 국내 증시에 예상치 못한 조정장을 불러왔다. 31일 양국이 기존 25% 수준의 상호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싸늘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3.88% 급락한 3119.4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일 장중 3288.26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기록했으나, 이날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3120선에서 횡보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에서 약 1조6000억원, 코스닥에서 약 2500억원을 순매수했다.
테슬라와의 파운드리 계약 체결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50% 하락한 6만8900원에 장을 마치며 7만원선을 내줬다. 이번 하락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과 관세 관련 실망 매물, 외국인 순매도 등 복합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5.67% 하락한 25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대비 1만5500원이나 빠지며 낙폭이 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5.72% 하락하며 시총 상위권 종목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2.48%), 삼성바이오로직스(–3.09%), 현대차(–1.41%), KB금융(–4.42%), 기아(–1.47%) 등도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HD현대중공업도 –2.85% 내린 47만6500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전날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명분은 있으나 실효성은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주가 조정을 ‘관세협상 실망 매물’로 해석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 기대감이 소진되면서 기술적인 조정이 나타난 것이며, 구조적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조선, 반도체 등 일부 전략 산업 중심으로는 정책 효과가 유지될 것”이라며 “펀더멘털이 견조한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동시에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더했다. 증권거래세 인상,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배당소득 분리과세 축소 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전일 정부는 법인세율을 1% 포인트 인상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배당 소득 분리과세도 당초 거론됐던 초기안보다 대폭 후퇴하면서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축소 등이 세제 개편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환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심화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4원 오른 140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5월 14일(1420.2원) 이후 처음이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