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선도금융]➀한화생명, ‘김동원’ 승부수

김동원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 진두지휘...여승주 부회장 측면지원 동남아·미주·중동 아우르며 성장 동력 확보...보험사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

2025-08-04     조성진 기자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와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부회장).

국내 보험업계가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주요 보험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그 가운데 한화생명이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자산관리·보험·투자·핀테크가 융합된 ‘글로벌 금융 생태계(Eco-System)’ 구축을 본격화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 3세 경영 기반 강화 속 김동원 사장 ‘글로벌’ 실적 쌓기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6월 말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을 보좌하는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맡으면서 김 동원 한화생명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의 해외 경영 구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승주 부회장은 올해 초까지 한화생명 대표이사직을 3연임하며 조직을 이끌어왔다. 2023년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부회장 직위에 올랐다. 이후 2025년 3월, 한화생명은 권혁웅·이경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고, 여 부회장은 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관리의 책임을 맡게 됐다.

여 부회장의 이동은 김동원 사장의 경영 전면 등장을 준비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는 여 부회장이 2015년 입사한 김 사장의 실무 파트너이자 멘토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분간은 그룹 전반의 3세 경영 체제 안착을 위한 내부 조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사장은 현재 한화생명의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고 있다. 그는 2021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로 발탁된 데 이어, 2023년부터 글로벌 전환 전략을 이끄는 중이다.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내부 체질을 강화한 후,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기존 금융사 3세들이 주로 재무나 전략 분야를 맡아왔던 전례와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권혁웅·이경근 한화생명 각자대표(내정자)

특히 김 사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를 인수하고, 올해에는 미국 벨로시티 증권사 지분 75%를 확보하면서 금융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증권사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에 앞서 2023년에 카카오페이가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외형 확장을 위해 미국 증권사 시버트(Siebert Financial)의 인수를 추진, 지분 19.9%를 확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추가 지분 확보로 경영권을 확보하려가 김범수 창업자 등 카카오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에 법률리스크가 확대되자 결국 최종 인수해 실패했었다.

한화의 벨로시티 인수는 단순한 해외 투자 차원을 넘어, 현지 거점과 수익 창출 모델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김 사장이 단순한 오너 후계자 수준을 넘어, 실제 경영 실적을 축적해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한화생명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김동원 사장은 SB글로벌벤처스(SBVA), 셀러던파트너스(Celadon Partners) 등과 인공지능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협약을 이끌었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핀테크 영역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향후 미국, 동남아 중심으로 한 한화금융의 해외 수익 구조 다각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 사장의 글로벌 전략은 ‘실적 기반 3세 경영’의 본보기로 주목받고 있다.

김 사장의 경영 확대 흐름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지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승주 부회장이 그룹 내 경영지원실을 맡게 되면서, 조직 안정과 실행력 확보 측면에서 실질적인 후원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3세 경영 전면화를 앞두고 ‘성과 기반, 글로벌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구체적 실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 인도네시아·베트남 중심의 종합금융그룹 도약


한화생명은 ‘벨로시티(Wealth Velocity)’ 지분 75% 인수로 국내 보험사 최초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직접 금융상품을 소싱하고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보험업계에선 한화생명이 단순 보험사를 넘어 글로벌 자산운용 및 증권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시각이 있다.

또한, 미국에 설립한 한화AI센터(Hanwha AI Center)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금융 역량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허브로 활용되고 있다. 해당 센터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 고객 행동 분석, 사기 리스크 탐지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기술 내재화를 통해 디지털 보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 또한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기 훨씬 전인 2014년부터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을 거쳐 디지털혁신실 상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등으로 성장하며 10년 가까이 디지털전환 전환에 집중해온 결과물이다. 대형사 중 유일하게 적극적인 제판분리(상품 기획과 판매조직 분리)를 위해 GA조직을 자회사로 독립시킨 것도 디지털전략 확장의 일환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미국은 금융 기술과 혁신의 중심지로, 한화생명은 이곳을 첨단 기술의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투자 허브로 설정하고 있다”며 “선진 금융기술을 국내 및 동남아 시장과 연계시키는 교두보 역할”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Wealth Velocity)’ 홈페이지 화면.

한화생명의 글로벌 전략은 △현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종합 금융 라이선스 확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전환 강화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미주·중동 등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을 수립해, 각국 금융시장과 디지털 인프라 수준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적용하고 있다.

동남아는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한화생명은 해당 지역에서 ‘보험사’를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핵심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다.

베트남에서는 꾸준한 흑자 구조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Top 5 보험사’ 진입과 ‘연간 세전이익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상품 혁신과 채널 다각화를 통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지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3년 손해보험사 리포(Lippo)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2025년에는 노부은행(Nobu Bank)의 지분 인수를 통해 은행업 진출까지 가시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험-은행-투자를 아우르는 종합금융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내에서 한화금융그룹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히 현지 보험상품 판매를 넘어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함으로써 고객 충성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 UAE 아부다비 거점 확보로 자본 연계 채널 확대


한화생명은 2024년 9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주재 사무소를 설립하며 중동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중동은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 자본을 가진 글로벌 국부펀드가 포진한 지역으로,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과 글로벌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거점이다.

한화생명은 아부다비 거점을 통해 중동 자본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인접국 시장으로의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의 입지는 ESG·인프라 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프로젝트 연계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파트너십과 공동투자 기반 확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글로벌 진출’이라는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보험상품 개발, 리스크 관리, 고객 서비스에 적극 적용 중이다. 모바일 보험 가입 프로세스 간소화, AI 기반 맞춤형 보험 설계, 자동화된 보상 시스템 등이 주요 사례다.

한화생명 홈페이지.

이밖에 ESG 측면에서는 각국 규제에 맞춘 저탄소 포트폴리오 구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미소금융 프로그램, 고령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보험 접근성 강화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한화생명은 다보스포럼(WEF), 보아오포럼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및 ICT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연이어 체결하며, 디지털 기반 글로벌 생태계 강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러한 활동은 해외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 중심 보험사의 이미지와 ESG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는 데 있어, 포럼 참여는 단순 상징을 넘어 실제 사업적 성과 창출의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청사진은 단순한 해외 거점 확보가 아닌, 글로벌 고객에게 자산관리, 보험, 투자, 핀테크가 통합된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별 전략적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 모델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며 “또한 디지털 전환 역량과 해외 투자 전문성을 결합해 신시장 개척과 파트너십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