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 ESG 금융제재는 '오작동'
중대재해 사망사고, 회사 신용등급 평가 시 미반영 상장 모회사 포스코홀딩스 ESG 등급에도 변화 없어 같은 신용등급 계열사보다 회사채 금리 우대 받아
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동안 금융조달에는 막힘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양호한 신용등급(A+)으로, 시장 평균에 비해 나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포스코이앤씨를 종속회사(52.8% 지분)로 둔 포스코홀딩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에도 변동이 없었다.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올 들어 벌써 5번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고, 작년에도 4번이나 있었다. 이는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 ESG 등급에 영향을 끼칠 요인이다.
ESG 기관은 상장사에 대해서만 등급을 평가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로 종속회사를 평가에 반영한다. 한국ESG기준원은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지분율 30% 이상 보유한 자회사와 필요 시 일부 비상장 자회사의 자산규모를 고려한 내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SG기준원이 2024년에 평가한 포스코홀딩스 ESG 종합등급은 A로, 전년 A+보다 1등급 하락했다. 하지만 올들어 2분기 연속 등급 평가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변동이 없었다. 다른 등급조정 내역을 보면, 한일현대시멘트, 계룡건설산업, 태영건설, 한전KPS 등이 근로자 사망사고로 등급이 하락했다. 이들 상장사의 직접적인 중대재해는 즉각 평가에 반영됐지만, 비상장 자회사의 사고는 모회사 평가 시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ESG 평가를 금융투자 지표로 삼게 됐다. 국내에서도 이에 부응해 ESG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신용평가기관들은 기업의 ESG 등급을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들은 ESG 관련 규제 및 사고 리스크를 고려해 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를 차등 적용하거나 ESG 우수 기업에 우대 대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가 빈발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4월 회사채 발행 시 불이익이 확인되지 않는다. 신용등급 A+에 1000억원 규모 2년물과 3년물 각각 3.407%, 3.661% 이자율을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3년물 회사채 AA- 등급 시장 가중평균금리는 2.98%였다. A+ 등급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고 비상장사라서 상장사 대비 신용 스프레드가 더해진다. 이에 따르면 3% 중반대 금리는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당시 한국신용평가가 포스코이앤씨를 A+ 등급 평가한 요소들 중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 발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같은 포스코그룹 내 계열사(포스코인터내셔널 29% 지분 관계회사)인 삼척블루파워는 마찬가지로 지난 4월 발행한 150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가 같은 A+ 등급에 5.625% 금리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는 석탄발전소 운영사로서 ESG 리스크가 기관투자자 수요를 억제한 것 같다”며 “반대로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 ESG 리스크는 영향이 미미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질타하는 등 여론 압박이 커지자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자진 사퇴하기로 했지만, 사고가 반복되는 동안 대출 제한이나 신용평가 불이익 등을 통한 시장 자정작용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어 경제적 불이익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 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ESG 평가원에서 ESG 평가를 해 중대한 사고가 나면 감점이 이뤄지고 전체 평가등급이 떨어짐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이 그걸 참고해서 투자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명확히 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자 부분에서 불이익이 느껴지도록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대출도 각 은행의 내규상 여신 업무 기준에서 보면, 사회 책임 항목에서 기업의 평판 요소를 고려해 평가하도록 돼 있다”며 “그래서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그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대출 제한하는 것까지 내규하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