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자란 고려인 청소년 엄루슬라나가 들려주는 ‘희망의 주파수’
세계 15개국에 전하는 GBS고려방송 ‘10대 세상’ 맡아 미래세대 꿈 그려가
광주 고려인마을(광산구 월곡동)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고려인 대상 지상파 라디오, GBS고려방송(FM93.5MHz)에 특별한 목소리가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고려인마을 산하 광주새날학교 고등반 1학년에 재학 중인 엄루슬라나 양. 고려인의 뿌리를 지켜가는 낯선 조상의 땅 이 마을에서, 그녀는 이제 '10대 세상'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꿈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엄루슬라나 양이 전하는 목소리는 단순한 방송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정체성의 고민,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불안정한 체류 문제까지, 그녀의 이야기는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공감이자 위로가 되고 있다.
그녀가 바라는 미래는 고려인 공동체의 숙원과 맞닿아 있다.
“꿈이 뭐냐고요? 저는 우리가 이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녀의 이 말은, 많은 청취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7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마을방송으로 개국한 고려방송은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정식 허가를 받아 주파수(FM93.5MHz)를 확보한 국내외 유일의 고려인을 위한 지상파라디오다.
현재 러시아어 70%, 한국어 30%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후 하루 24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세대와 언어를 아우르는 ‘디아스포라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국내는 물론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북미와 남미, 그리고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전 세계 15개국 거주 디아스포라 고려인동포들과 러시아어 청취가능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청취율은 분당 1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에 달하며, ‘고려인매거진’, ‘한국어 교육’, ‘K-Pop’, ‘행복문학’, ‘타임 오브 드림스’ 등 1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마을 내 크고 작은 행사나 사건 사고를 담은 고려방송 뉴스 등이 송출되고 있다.
특히 ‘10대 세상’은 고려인 청소년들의 내면을 가장 생생하게 담아내며, 미래를 꿈꾸는 세대의 희망을 비추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마을공동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했던 독립유공자 고려인의 후손들이 다시 조국으로 돌아와 뿌리를 내린 삶의 터전에서, 이 땅을 살아가는 한 소녀가 라디오 마이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고려인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광주=박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