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당 방송법 개정, 글로벌 기준에 맞는가?
김태양 경남취재본부장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개정안은 공영방송뿐 아니라 YTN·연합뉴스TV 등 민영방송의 경영진까지 3개월 내 교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국민의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언론 독립의 원칙에 비춰 봤을 때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지적했듯이 미국 CNN이나 영국 BBC에서 정부·여당이 입법을 통해 방송사 사장과 보도 책임자를 단기간 내 교체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국내 정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여기는 언론의 독립성과 경영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권한을 편향성이 드러난 단체나 특정 노조가 사실상 장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며 그 운영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기관과 인물이 책임져야 한다.
대표성과 책임성이 불분명한 집단에 이 권한을 넘기는 것은 헌법 제1조가 선언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방송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 과정도 문제다. 다수당의 입법 속도전에 맞서 소수당이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벌었지만 결국 본질적인 토론 없이 통과됐다.
법률은 다수결로 제정되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법안만큼은 최대한의 사회적 합의와 신중함이 필요하다.
국제적 파장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4년 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가짜뉴스 방지법’이 국제언론단체와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의 반발을 불러온 전례가 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 역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을 경우에는 국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만간 한·미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표준과 원칙을 존중하는 나라임을 세계에 증명하려면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넘어 언론의 독립과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스트레이트뉴스 경남=김태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