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硏 “원화 스테이블코인 ‘단기 국고채’ 要”
“외국인들의 단기 국고채 수요도 상당할 것” “국가재정법 기준을 순증액·잔액 중심으로 바꿔야”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대비해 단기 국고채 도입이 시급하다”며 “단기채 발행 시 시장 수요도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 2550억 달러…한국의 과제는 ‘단기물’
11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센터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를 주제로 기자 대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확보를 위한 단기 국고채를 도입할 경우, 시장 수요와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얼마나 될 것으로 보여지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국고채 발행과 관련해 “시장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통안증권 발행 규모가 줄고, 장기물 위주로 발행이 지속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투자 중심의 펀드들이 운용할 상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단기 여유자금을 현금성 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운용 대안이 부족하다’는 시장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거 단기 국채 수요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들 투자자가 최근에는 장기 채권 비중이 늘었지만 보험사만큼 긴 만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 행태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내가 필요할 때 시장에서 팔 수 있는가’라는 점”이라며, “결국 채권의 유동성이 핵심이고, 이런 측면에서 외국인들의 단기 국고채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이른바 ‘지니어스(GENIUS)법’이 하원을 통과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율의 큰 틀이 모습을 드러냈고, 유럽연합은 미카(MiCA)로 유형별 요건을 세분화했다. 그는 “발행자의 상환 의무를 명확히 하고, 준비자산의 분리 보관·공익감사·정보공개를 통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요약했다.
유동성이 살아 있는 ‘무위험·초단기’ 자산으로 페그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규모와 쏠림 역시 피할 수 없는 전제였다. 그는 “BIS 보고서에 따르면 6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2550억 달러”라며,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 결제 비중이 크지만 결제·송금 등 실물 결제 영역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도입된 스테이블코인이 170여 개 수준인데 약 90%가 달러 표시 자산이 점유하고 있다”고 했다. 종목별로는 “테더(USDT)는 과거 상업어음 등 위험자산 편입 이력이 있어 투명성 논란이 있었고, 유에스디코인(USDC)은 단기 미 국채 중심의 MMF 구조로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왔다”고 비교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공 조건은 ‘질(안정성·유동성)’과 ‘공급(규모·지속성)’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기초 재고가 얇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단기 국고채가 부재해 준비자산으로 적합한 ‘초단기 무위험 채권’의 유통 물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3개월 이내 만기 국채의 유통 잔량은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통화안정증권은 발행·잔액이 줄어드는 데다 평균 만기가 길어 직접 대체재로 쓰기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요컨대 ‘질’(안정성·유동성)과 ‘공급’(규모·지속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국고채를 도입해야 한다”며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1년물 시범 발행으로 시작하고, 시장이 익숙해지면 6개월·3개월물로 만기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국가재정법이 발행총액 기준으로 국회 승인을 받는 구조여서 단기물 전환 시 ‘발행이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며, “잔액·순증 기준 관리 전환이나 한시적 만기 조정 등으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자산 규율의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은 무결성의 초석이며 의도된 페그(기초자산에 가격 고정)를 유지하고 환매 요청을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유동성이 높은 무위험채권이나 이를 기초로 하는 금융투자상품을 준비자산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지니어스법’과 유럽연합 ‘미카버’이 준비자산의 유형과 환매 가능성을 엄격히 요구한다는 점을 들어, 한국도 단순 총액 규제가 아니라 자산 종류·만기·유동성 수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시장 파급효과는 양면적이다.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단기 국채로 유입되면 단기금리에 하방 압력이 걸릴 수 있다. 반대로 급격한 성장기에 환매(리딤션)가 몰리면 단기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준비자산의 분리 보관, 완전담보, 공익감사, 정보공개를 통해 안정성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과 지불·가치저장 기능을 유지하려면 국내 채권시장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며, “단기 국고채 도입은 금융안정과 유동성 확보, 정부의 안정적 자금조달 측면에서 모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재 무위험채권의 시장구조 하에서는 단기물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