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 개편안, 코스피 랠리 변수될까?

14일까지 입법예고…과세 논란 지속 가능성

2025-08-12     조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 통합을 이끌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추진한 세제 개편안이 국내 증시 향방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시장의 니즈와 정책의 ‘엇박자’가 지속되면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코스피 변동성 확대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여전히 세제 개편안 입법예고 시한을 앞두고 경계감이 큰 상황이다. 5월 30일 기준 2697.67을 기록한 코스피는 6월 조기대선과 이재명 대통령 신정부 수립 과정을 거치면서 상승세를 기록했고 지난달 31일 3245.44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부 세제안이 발표된 직후인 이달 1일 코스피는 3119.41까지 추락했고, 현재는 3200선 안에 갇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안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단기적으로 증시에 하방 압력 영향을 끼쳤다”며 “상법 개정 등 투자자 친화적 제도 개선 흐름과 달리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 개편안에 대한 여론 반발과 시장 하락이 이어질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상법 개정이 주주 친화 방향으로 추진되는 만큼, 세제안의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향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안의 방향은 분명하다. 법인세율을 전 구간 1%포인트(p) 올려 최고 25%로 되돌리고, 증권거래세는 2023년 수준으로 환원한다는 것이다. 법인세는 2022년 이전 체계로 복귀하는 방식이며,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은 24%에서 25%로 올라간다. 거래세는 시장별로 차등이 유지된다.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0.05%p 인상되고, 코스피는 ‘거래세 0%+농어촌특별세 0.15%’ 구조에서 거래세 0.05%를 복원한다. 정부는 9월 초 국회 제출 후 정기국회 심의, 연내 처리라는 일정을 제시했고 주요 항목은 2026 사업연도부터 적용한다.

연합뉴스 제공. 

이를두고 증권업계에선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상속세 확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분리과세 제도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비상장 주식을 매각할 경우 약 27.5% 수준의 양도소득세만 부담하면 되므로 배당을 통한 현금 확보 보다 여전히 비상장 법인을 키운 뒤 매각하는 방식이 유리한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상속·증여세율은 10억~30억 구간에서 40%에 1조6000억원을 공제하고 30억원 초과는 50%에 5억6000억원을 공제해주는데, 현재 세제 개편안인 배당 3억원 이상에 38.5%(지방세 포함)에 공제 0원 요건은 배당보다 주가를 눌러 상속·증여하는 것이 여전히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두고, 시장에선 ‘연초부터 밸류업과 외국인 순유입이 이끈 랠리를 시장이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거래비용 상승과 세후이익 변화가 동시에 거론되면서 위험 재평가가 진행된 것이다. 물론 일부 글로벌 하우스는 한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낮고, 구조개혁이 이어질 경우 중기 상승 논리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유지한다. 반대로 “세제와 개혁의 타이밍이 어긋나면 리레이팅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공존한다.


◇ 원안 시행 시 거래 위축·밸류에이션 하락 우려


정책 조합의 일관성 논란도 커졌다. 한쪽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 등으로 배당·자본효율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래세 환원으로 거래비용을 올리는 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거래소가 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이사회 기능 강화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자본비용 상승과 자금순환 둔화를 부를 수 있는 세제 변화가 리레이팅 동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선다. 요약하면 기업 측면에서는 가속 페달을, 시장 미시구조에서는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그림이다.

향후 변수는 국회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시장 충격과 재정 확충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단계적 인상, 시장·규모별 차등, 시가단일가·헤지성 거래 면제 확대, 시행 시점 조정 등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9월 초 제출 및 정기국회 논의, 연내 처리라는 큰 틀은 유지되더라도, 세부 세율과 적용 시점은 국회에서 달라질 여지가 크다. 단기로는 거래 위축과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중기로는 밸류업 이행 성과와 입법 조정의 방향이 한국 증시 리레이팅 속도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제 개편안 원안을 유지해 거래세 환원과 법인세 인상이 동시에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거래대금과 회전율이 줄고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낮아질 공산이 크다. 다만 배당 인센티브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자사주 소각·지배구조 개선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이어지면 중기 박스권 상단을 끌어올릴 여지는 남는다. 시장 충격을 덜기 위해 단계적 인상이나 세목 간 상쇄(배당 혜택 확대 vs 거래세 인상 폭 축소)를 병행한다면 리레이팅 모멘텀(동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외국인 수급과 연기금 리밸런싱이 다시 살아날 여지도 거론된다. 반대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에는 거래세 환원 폭을 줄이거나 특정 거래·시장에 면제를 부여하는 부분 철회가 검토될 수 있다. 단기 반등은 탄력을 받을 수 있으나, 세수 중립성과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될 부담이 따른다.

결국 리레이팅을 좌우하는 것은 속도와 신뢰다. 거래비용 이슈는 시장 미시구조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만, 지배구조·배당 개혁은 시차를 두고 크게 작동한다. 한국거래소는 정량·정성 2~3단계 평가로 밸류업 우수사례(약 10개)를 선정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계획이다. 기업은 TSR·PBR·ROE 같은 핵심 지표와 배당·자사주 소각·이사회 관여도 등 정성 항목을 주총과 IR 안건(Agenda)에 명확히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은 2019년 이후 거래세를 0.23%에서 0.18%로, 이후 다시 0.15%로 단계적으로 내렸는데, 금투세가 무산되자 환원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전문가들은 ‘거래세로 확보하는 세수와 시장 역동성 훼손 비용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집중한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법인세 1%p 인상과 거래세 환원은 거래와 이익 두 축에 마찰을 주며 단기 변동성을 키웠다”며 “다만 배당세제 보완과 지배구조 개선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여야 협의에서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수정안이 도출된다면 중기 리레이팅 경로는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세제와 개혁의 ‘엇박자’가 길어지면 리레이팅 속도 둔화와 프리미엄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며 “향후 1~2개월 국회 논의가 속도와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 입법예고기간인 14일까지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세 노이즈(논란)가 증시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