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180만톤 증설하는데…350만톤 줄이라는 정부 ‘동상이몽’
180만톤 합산한 1475만톤서 최대 25% 감축 목표 사우디아람코 계열 에쓰오일, 반사이익 누리나 업계는 “인센티브 높아야”…정부는 “강도 높은 자구책 먼저”
정부가 나프타크래커(NCC) 설비 감축을 유도하지만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는 외골수로 지목된다. 에쓰오일뿐만 아니라 중국도 대규모 증설을 지속하고 있어, 합종연횡을 통한 근본적인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없이 감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소 연산 270만톤에서 최대 350만톤 감축을 정책 목표로 잡았다. 정부는 설비 부분 폐쇄 의미의 감축을 유도하지만, 업계에선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 의미로 곡해하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정부의 발표가 구체적이지 않은 데서 나오는 혼선이다.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그간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등 NCC업체들이 바랐던 산업 구조조정은 적정가에 설비를 매각하는 것이었는데, 설비 부분 청산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어야 자진 철거에 응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재편 방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형편이다.
사우디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의 경우 외교문제도 있는 만큼 그간 정책에서 예외로 여겨진 분위기가 있었다. 에쓰오일이 진행 중인 샤힌프로젝트 중 180만톤 NCC 증설 계획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정부도 최대 25% 감축 목표를 마련한 계산법에 에쓰오일 증설분을 담았다. 기존 국내 1295만톤 규모에 2026년 준공 목표인 에쓰오일 측 180만톤을 포함한 1475만톤 기준에서 350만톤을 대입하면 25%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만 감축하면 에쓰오일만 점유율을 늘리는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며 “자진 감축은 웬만한 인센티브가 없이는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에쓰오일 사례와 같은 논리로, 최근 수출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산에도 국내 감축은 반사이익을 주게 된다. 중국 내 증설은 계속되고 있고 경쟁사를 압살하려는 의도마저 비치는 마당에 국내만 감축해 공급과잉을 줄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당초 업계가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연구용역 결과는, 정유사 중심으로 NCC 합종연횡(수직계열화)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안이 담겼었다. 이는 합병안이라 설비 폐쇄와는 거리가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논의돼 왔던 인수합병(M&A)에 대한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 상태가 지속되면 도산 등으로 설비 폐쇄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행 폐쇄하면 정부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를 통한 지역경제 충격 완화도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셈이라, 세금 퍼주기 논란을 피하려면 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