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B2B서 빛날 것…무역·정산 효율성 기대”

숭실대 윤민섭 “원화 결제 20% 지켜낼 카드”

2025-08-22     조성진 기자
윤민섭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

윤민섭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소비자향(B2C)보단 기업간거래(B2B) 효율이 크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  스테이블코인, B2C보다 B2B에서 실익… 무역·정산 효율 부각


22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디지털자산 혁신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한강 프로젝트’에 대해 시장 주목도가 떨어진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명확한 포지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민섭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B2C보다는 B2B에서 실질적 효율이 크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한국에선 디지털자산이 워낙 활성화돼 있어 B2C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그렇게까지 활성화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가진 효율성을 따지면 B2B 영역에서 상당한 효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무역에서 수출금융의 약 20%가 원화 결제로 이뤄졌다”며 “만약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진행되면 원화가 자리 잡을 영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용 측면의 현실도 짚었다. 윤 교수는 “송금 비용보다 환헤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구조라면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밖에 없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대외 무역결제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영역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야에 갇힌 논의도 경계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한국 내 B2C 거래에만 국한해 보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며 “결국 글로벌 결제 영역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코인베이스가 스테이블코인과 ‘X49’ 프로젝트를 통해 머신-투-머신, AI 대 AI 형태의 거래에서 통화로 쓰이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우리나라 AI 발전과 맞물려 그런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진 서강대학교 교수.

박혜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와 국제 협력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디지털 자산 산업은 국경 없는 시장이며, 제도와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수렴해 가는 과정에서 정책 경쟁력은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그는 “2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분야 투자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했다”며 “이는 전 세계 벤처 투자금의 약 10%에 해당하며, 디지털 자산이 투기에서 제도 기반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이어 “대한민국이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 명확성과 자금 조달 방식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에 가장 부족한 것은 기술이나 자본, 인력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이라며 “대기업, 금융기관, 빅테크, 스타트업이 함께 실증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는 “비자·모건스탠리·블랙록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실증과 투자를 동시에 확보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다”며 “한국 스타트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와 파트너십을 통한 경험치 확보가 한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고 덧붙였다.


◇ “법안 통과보다 시장 준비가 더 중요”… 전문가들 현실적 과제 제시 


행사 참석자들은 디지털자산 혁신법의 의미와 한계를 짚으며 산업과 금융시장의 현실적인 준비를 강조했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과거 정부 정책은 디지털 자산의 부정적 측면에만 집중해 은행을 통한 간접 규제에 머물렀다”며 “그 결과 산업 발전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국내에선 가상자산 공개(ICO)가 금지된 게 현실”이라며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허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전향적으로 판단해 ICO를 허용하는 정책 변화도 같이 고민하는 방향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 혁신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 행사 참석자 무리.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과 달리 환불 보장과 발행자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발행 인가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입부터 영업까지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 대여나 중개 서비스는 자본시장법의 증권대차 제도를 참고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평가업과 공시업은 아직 해외 사례가 없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디지털 자산을 이용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기존 전자금융업자와의 규제 형평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 혁신법은 규제를 위한 법이 아니라 산업을 키우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속도·실효성 갖춘 입법 필요”… 국회·산업계 한목소리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지털 자산 관련 입법 추진의 속도와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디지털 자산 혁신법 제정과 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업계가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개발해 실질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근주 회장은 “최근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은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기관투자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부문 밴처캐피탈(VC) 투자는 2분기 기준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시장 전체 투자금의 약 1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미래 금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제도 정비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시장 대응을 넘어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한국도 디지털 자산 혁신법 제정을 계기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산업계가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건전한 사업 관행을 정착시키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인프라 등 신산업 확장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해외 진출 지원,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K-핀테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준현 의원은 “이제는 디지털 자산 관련한 법을 첫 번째는 속도를 좀 내야 한다”며 “또한 현실성과 실용성을 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민병덕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또 다음주 중 이강일 위원이 발의를 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와 정부 측과 2~3개월 전부터 긴밀히 협의하면서 현실성·신뢰성·실용성을 갖춘 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속도, 실리, 현실성, 실효성을 숙고해서 법안을 추진 중”며 “계획은 10월쯤이고, 중간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석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 국장은 “디지털 산업 자체가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당국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