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고용 둔화” 언급…9월 FOMC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주식·채권·환율 즉각 반응…다우 2% 급등

2025-08-23     조성진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공.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고용시장을 언급하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 “고용 둔화 인정… 9월 금리 인하 기대감 고조”


22일(현지시간 기준)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실업률과 다른 노동시장 지표들이 안정적”이라며 “우리는 정책 기조의 변화를 고려해 신중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정책 담당자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 역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정책 신호의 무대’로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파월 의장이 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고용시장의 급격한 둔화다. 

그는 “노동시장이 분명한 하방 위험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고용지표 악화를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 고용시장은 팬데믹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신규 고용 창출이 줄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둔화 신호가 뚜렷해졌다.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두 가지 축은 물가와 고용이다. 물가는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으나 하향 안정 흐름이 확인되고 있고, 여기에 고용마저 꺾이기 시작하면 긴축 유지의 명분은 약해진다. 파월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시장은 이를 “9월 인하 가능성”으로 곧장 해석했다.

연합뉴스 제공.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연설 직후 9월 인하 확률은 90%에 근접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던 전망이 단숨에 쏠린 결과다. 그는 “언제나 데이터에 근거해 통화정책 방향을 판단할 것”이라며 “금리 결정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경기 방어 차원의 완화가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국제 자본 흐름까지 감안해야 하는 중앙은행의 본분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띈 또 다른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관세협상에 대한 언급이다. 


◇ 볼커 언급한 파월…‘끝까지 싸운다’는 의지 표명


파월 의장은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가 물가에 일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며, “일회성 충격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전날 대비 약 2%(890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1.6%, 1.9% 상승헀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약 4.26–4.27%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물 수익률은 10bp 하락한 3.69%를 기록했다.

이날 CNN 보도에 따르면, 호세 토레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연준이 다음 달에 완화 사이클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고 있다”며 “더 낮은 금리는 트레이더들의 심리를 지탱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더 폭넓은 랠리로 이어질 길을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라우트 어바운드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내놓은 비둘기파적 발언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며 “이는 최근 노동시장의 둔화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낮은 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파월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제공.

칩 휴기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채권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파월 의장은 9월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의 문을 분명히 열었다”며, “이는 최근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는 상황을 크게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연설 말미에 폴 볼커 전 의장을 언급했다. 볼커는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초고금리 정책을 단행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린 인물이다. 그가 잭슨홀을 경제정책 논의의 무대로 끌어온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볼커 전 의장을 언급한 건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라며, “이는 ‘고용 둔화로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인플레이션이나 시장 불안과 같은 또 다른 도전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