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아시아·태평양 은행, 모회사 지원 덕분에 등급 유지”

“모회사-자회사 신용등급 격차”

2025-08-23     조성진 기자
아시아·태평양지역 은행들의 모회사 대비 자회사 신용등급의 차이. 피치 제공.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의 20% 이상이 모회사나 주요 주주의 지원 가능성에 의해 등급이 결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기준) 파슨 싱하 피치 국가 신용등급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은행들은 주주 지원 기반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평균적으로 모회사 장기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낮다”며 “관할 국가의 전이 및 전환 리스크에 따라 모회사-자회사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에 따르면, 다수의 아시아 은행은 해외 진출이나 고성장 시장 공략을 위해 자회사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운영, 브랜드 공유 등 긴밀한 연결고리가 형성되며, 이는 위기 발생 시 모회사가 자회사를 지원할 동인을 강화한다. 

싱하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형 은행들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에 진출할 때 자회사와 강한 결속을 보이며, 이런 경우 자회사 신용등급은 모회사 등급에 밀접히 연동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자회사가 모회사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피치는 일부 신흥국의 ‘국가 천장’이 모회사보다 낮아, 지원이 있더라도 등급 상향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싱하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가 차원의 전환 가능성 제약이 존재할 경우,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지원을 받더라도 외화 의무 이행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회사 지원을 제공하는 금융주주의 4분의 3은 일본·호주·싱가포르 등 선진국 자본이다. 이들은 해외 영업 경험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회사를 지원할 역량이 크다. 여기에 중국 국유은행,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계 은행 등 신흥국 기반 대형 금융그룹도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피치는 “지역 내 주주 지원 흐름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신흥국 은행들도 점차 주요 지원 제공자가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피치는 국경을 초월한 밀접한 연계를 보이는 사례를 별도로 지목했다. 중국 은행과 홍콩·마카오 자회사, 호주 은행과 뉴질랜드 자회사, 싱가포르 은행과 홍콩 자회사,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은행과 인도네시아 자회사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자회사는 사업 구조와 상품 구성이 모회사와 유사하며, 그룹 차원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피치는 “이러한 자회사들은 모회사 앵커 등급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해당 국가의 ‘국가 천장’이 적용돼 제한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파슨 싱하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변동성과 무역 불확실성으로 은행들이 해외 사업에 보다 신중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회사를 지원하려는 성향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 자회사가 더 이상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지원 의지는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별 규제 환경 역시 자회사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HSBC·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 자회사를 ‘중요 기관’으로 지정하고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떠안을 자본을 의무적으로 마련하게 했다.

이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자 보호가 강화된다. 반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처럼 국외 자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 전달이 불확실한 국가에서는 자회사의 독립적 신용도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은행 진입이 활발한 대표적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빠른 경제 성장과 높은 수익성이 매력이지만, 전환 리스크와 규제 환경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싱하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단독으로는 재무가 취약하지만, 그룹 차원의 전략적 연결성이 뚜렷한 경우 주주 지원을 통한 신용도 보강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