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과거사' 대신 당면현안·미래협력 집중
대북 공조·한미일 협력 강조...공동 협의체 출범 워킹홀리데이 확대, 수소·AI, 저출산 대응 등 협력 합의 한미회담·APEC 앞두고 미국에 띄우는 전략적 메시지 해석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목소리로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대북 정책 공조, 한미일 3국 협력,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정상이 만난 건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67일 만이며, 공동문서 발표는 17년 만이다.
◇ 북한 비핵화 , 한미일 공조 강조
이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했고 이를 공동 결과 문서로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 역시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일본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선택한 것은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아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안정적인 한일관계 발전은 양국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이익"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북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한미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시바 총리도 "평화와 안정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며 안보 협력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이는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양국이 대미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띄우는 전략적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 셔틀외교 복원 의지 재확인, 공동 협의체 출범 약속
이번 회담은 구체적 제도 설정보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에 방점이 찍혔다. 워킹홀리데이 확대, 수소·AI 등 미래산업 협력 등도 논의됐다.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등 일한 양국의 공통 과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아울러 지난 회담에서 나눴던 '셔틀외교 복원' 의지를 재확인하며 미래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통 과제 공동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대화하는 새로운 모델이 정착되길 바란다"며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방문하고 대화하는 정상 간 셔틀 외교가 한일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과거사' 언급 없어...미래 협력 '큰 틀'
주목됐던 '과거사'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일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자 뗄 수 없는 동반자"라며 미래 지향적 협력을 강조했을 뿐, 과거사에 대한 직접 발언은 삼갔다.
민감한 양국 관계를 고려해 이번 회담에서는 당면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과거사 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장은 과거사 문제를 뒤로 미뤘지만, 향후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역사적 결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한편 한일정상을 마친 이 대통령은 오는 24일 미국에 도착,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는 10월에는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예정된 만큼, 이번 회담이 향후 한미일 협력 구도를 다지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