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운명의 한·미 회담' 시장 반응은?

에너지, 조선업 등 협력 실행 초읽기 원전·LNG 협력 신호…에너지주 재부각

2025-08-26     조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기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1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공식화했고, 정부·업계는 조선·원전·반도체·AI·바이오 등 전략·첨단 협력의 이행 로드맵을 예고했다. 시장은 에너지주(원전·LNG)의 부상을 기대한다.


◇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국내 기업 1500억달러 대미 투자 발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과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 양국 협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전략적 투자·구매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국내 기업들은 1500억 달러(208조335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인협회가 주관했으며,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칼라일 그룹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회장, 보잉·다나허·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등 주요 기업 인사가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협력의 중추는 기업인”이라며 “제조업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최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조선 분야와 관련해선 “한국전쟁 당시 미 해군의 결정적 활약으로 전세를 바꾼 역사를 공유한다”며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를 기점으로 정상회담의 관심사는 ‘계획’에서 ‘이행’으로 옮겨갔다. 핵심 의제는 △7월 한·미 통상협의 후속 이행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 및 방위비 분담 △원자력협정(123 Agreement) 협력 확대 논의이며, 여기에 이미 공개된 1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구체화가 결합한다.

정부·업계는 산업별 로드맵 공개, 연차별 이행 일정, 규제·인허가 절차, 보조금·세제 매칭 같은 실행 정보가 단기 변동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투자 영역에선 ‘준비 단계’였던 안이 공식화되면서 구성(믹스)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1500억 달러 중 설비투자(CAPEX)와 금융성 투자(펀드·보증) 비중, 미국 내 생산·개조·정비(MRO) 거점의 위치, 현지 조달 비율과 고용 계획에 따라 업종별 이익·현금흐름 경로가 갈린다. 특히 조선·해양, 에너지·원전, 반도체·배터리 등으로 투자가 분산될 경우 수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산업 협력·대북 외교를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으며, 무역 분야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지 확보·인허가 타임라인·현지 파트너(JV) 구조가 공개되면 조선·기자재·항만 인프라 관련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 기준으로 원전 분야 협력에 대한 특별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합작사 설립은 아직 세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상회담 기간 구체 발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남은 방미 일정에서 미·한 기업 간 업무협약(MOU) 등 추가 발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협력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주가에 반영되는 구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에너지 쪽에선 알래스카 LNG 밸류체인이 단기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연구원은 “산업 측면에선 조선 협력 기대를 높였는데 미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을 인정하면서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한다고 했다”며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한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투자 계획을 이행할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 원전·LNG 협력 신호…에너지주 재부각


시장에선 돈을 어떻게, 언제 쓰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설비투자(CAPEX) 비중이 크고 연차별 집행 일정이 뚜렷하며, 그 과정에서 인허가 진행과 보조금·세제 지원(매칭)이 나란히 붙으면 기업의 실적 전망을 상향하기 쉽다. 공동성명 문구의 세기도 주가에 직접적이다. 123 협력·OPCON·통상 후속에서 ‘논의 개시’보다 ‘검토’, ‘합의’로 갈수록 메시지가 강해지며, 그만큼 원전·방산·조선 밸류체인에 붙는 프리미엄이 커질 수 있다. 

알래스카 LNG는 실제 합작사(JV) 구조, 지분 배분, 오프테이크(장기 물량 계약) 같은 상업 조건이 확정돼야 지속적인 주가 반영이 가능하다. 결국 이벤트 이후의 흐름은 민간 계약·MOU의 규모와 현지 조달·인센티브 등 세부 조건이 좌우한다.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구상은 통상 현안의 해법과 미국 제조·안보 산업정책이 만난 결과로,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패키지의 얼개가 확인됐다. 후속 단계는 미국 내 드라이도크·수리조선 및 해양플랜트 인프라 확충, 인력 양성, 핵심 기자재 공급망 구축 같은 실행 단위로 이동한다. 대형 조선소·엔진·후판 등 밸류체인 연동이 예상되며, 국내 업체들은 현지 생산·정비 비중과 원산지 요건을 주시하고 있다.

정상회담과 연계된 개별 기업 움직임도 이어진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반도체·항공·제조·금융 분야의 한·미 기업이 대거 참석해 공급망 및 투자 협력을 논의했다. 항공기 대규모 발주 등 특정 산업에서의 상업 계약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회담 전후로 발표될 민간 부문 계약·MOU의 규모와 조건이 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한편 안보 의제는 ‘조건에 기초한’ OPCON 전환 논의의 진척 여부가 핵심이다. 그간 한·미는 한국군 주도의 연합지휘 능력, 감시정찰·방공 역량, 역내 안보환경을 기준으로 전환 조건을 점검해 왔다. 이번 회담에서 평가 틀·일정이 구체화되면 정찰·지휘통제(C4ISR), 전자전, 유도무기 등 방위산업 중기 수주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문구가 원칙 수준에 머물면 단기엔 ‘기대 프리미엄’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원자력 협력은 123협정의 틀 안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연료주기 기술 교류, 소형모듈원전(SMR) 등 연구·상업 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재처리·농축처럼 민감한 사안은 비확산 원칙이 우선돼 기존 제한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공동성명에 담길 동사 수위에 주목한다.

‘논의 개시’면 기대 수준 유지, ‘검토’나 ‘합의’로 갈수록 신호가 강해져 설계·주기기·연료·운영·정비(O&M) 등 원전 밸류체인의 프리미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원전 협력에 관한 별도 구체 내용이 없고, 한수원–웨스팅하우스 합작사(JV) 세부 합의도 미도달이며, 123협정 관련 협의 내용은 비공개 상태다.

글로벌 매크로는 우호적이지만 변수로 남아 있다. 잭슨홀 이후 연준의 9월 인하 기대가 살아나면서 위험선호가 개선됐고, 원/달러 환율은 1380~1400원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에 부합해 투자·협력 로드맵이 명확해지고, 9월 연준 회의에서 완화 신호가 확인되면 환율 하방(원화 강세)과 수출주 멀티플 상향이 겹칠 수 있다. 반대로 협상 진척이 지연되거나 미국 물가·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면, 달러 강세 재개와 함께 방어적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

한편 한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후 열린 이날 주식시장에서 9시 10분 현재 코스피는 23.80포인트(-0.74%) 약보합을, 코스닥은 1.23포인트(+0.15%) 강보합을 보이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결국 관건은 속도와 문서화”라며 “관세 후속과 1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가 연차·입지·인허가를 담은 로드맵으로 제시되고, OPCON·원전 협력이 일정·범위를 갖춘 문구로 제시되면, 이벤트 프리미엄은 실적으로 전환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합의의 구체성이 떨어질 경우, 시장은 ‘기대 선반영’ 구간을 일부 되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