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피스·페이스 메이커"…'북미 대화' 불씨 살렸다.

경주 APEC서 트럼프-김정은 조우 가능성 주한미군 감축·농축산물 추가 개방 논의 안돼 '마스가' 협력 확인, 국익·실용 외교 성과 자평 

2025-08-26     설인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렸다.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한반도 평화, 경제 협력, 동맹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 정치 상황을 두고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고 언급해 긴장이 고조됐지만, 회담에서 즉각 해명을 내놨다. 그는 "오해였다. 한국에 대해 매우 따뜻하게 느낀다"고 말하며 동맹 신뢰를 재확인했다.

사전 우려와 달리 주한미군 감축과 농축산물 추가 개방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이른바 ‘안보 청구서’가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 강 대변인은 "농산물 추가 개방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감축 등의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숫자나 동맹 현대화 논의보다는 양 정상이 서로 호감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 북미 대화 '페이스 메이커' 자처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이 대통령이 스스로를 '페이스 메이커'로 규정하며 북미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 평화를 만든 피스 메이커"라고 추켜세우면서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핵 문제 해결은 미국이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하되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8년의 경험을 떠올리며 "김 위원장과 다시 한번 얘기를 나누기를 바란다"며 올해 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뜻을 내비쳤다.


◇ 경주 APEC 트럼프-김정은 만날까?...'제2의 평창' 기대


이에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더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까지 함께 초청해 북미 대화의 장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며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 회의를 위해 방한할 경우 남북미 정상 간 자연스러운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직접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의 위협 때문에 표가 팔리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의 통화 직후 표가 팔리기 시작했고 결국 성공적인 대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21년 1기 집권 시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세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났으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북미 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북미 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마스가' 협력 확인, 조선업·경제 동맹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조선업 재건, 이른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이 집중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다. 동시에 한국이 미국에서 우리 노동자를 활용해 배를 건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미 조선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조선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다.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활발히 선박을 건조하게 될 것이며, 미국이 다시 조선 산업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한미 관세 협정, 변화 없이 유지


무역 현안 중 가장 큰 관심은 지난달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호 관세 협정이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협상 이후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두고 재협상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거래를 완료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합의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기존 합의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이것은 한국이 역대 타결한 합의 중 가장 큰 규모의 합의"라고 강조했다.

회담 후 이 대통령은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가진 연설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 비핵·평화와 공존의 길이 열릴 때 한미동맹도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지만,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미일 협력을 긴밀히 다지며 3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동맹 강화 구상도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양국 재계 인사들이 참여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마친 뒤, 오는 27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시찰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