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통화정책 완화 전망…비은행이 뜬다

기준금리 동결 속 NIM 압박…비은행이 대안으로 부상

2025-08-29     조성진 기자
서울 경리단길에 놓인 주요은행 ATM기. 장석진 기자.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 2.50%를 동결(연내 인하 가능성)하자 은행 순이자마진(NIM) 압박 속 비은행이 대안으로 부각됐다. 2024년엔 7개 지주 순이익이 늘며 우리금융이 선두를 기록하는 등 성과는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배상·비이자이익·대손비용 차가 갈랐다.


‘은행은 방어, 비은행은 가속’…숫자에 나타난 변화


29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수준인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 내부에선 소수의 인하 의견이 있었지만, 당장은 주택시장 불균형과 가계부채를 살피며 ‘속도 조절’을 택했다. 다만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중 국내도 완화 기조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9월 0.25%포인트 인하”를 공개 지지하며 향후 3~6개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동결하되, 여건이 무르익으면 인하를 검토”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리의 방향이 ‘인하’로 바뀌면 시중은행은 순이자마진(NIM) 압력을 받는다. 

시장은 그 빈자리를 메울 축으로 증권·보험·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비은행’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실제 성적표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iM금융지주를 제외한 7개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은행 의존도가 높은 구조임에도 은행 부문 실적 개선 폭이 컸던 우리금융지주가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2023년에 낙폭이 두 번째로 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경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은행권의 실적이 홍콩 H지수 연계 ELS 배상비용 부담, 비이자이익 개선, 대손상각비(크레딧 코스트) 감소폭”에 따라 뚜렷이 갈렸다”고 평가했다.  

2024년 전 금융권 회사의 순이익 증감률을 보면 은행 +4.5%, 증권 +35.0%, 보험 +48.8%, 기타(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0.1%를 기록했다. 합산 이익은 +8.8%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비은행의 변동성이 크지만, 전반적으로 회복세가 뚜렷했다”고 정리했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올해 1분기 역시 은행 부문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고, 금융투자 2%, 보험 7% 증가였다. 반면 기타 부문은 51% 감소했다. 

은행은 2024년 1분기 5대 금융지주 은행이 ELS 배상으로 약 1조6000억원 손실을 인식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고, 증권은 PF 충당금 부담이 다소 누그러지며 소폭 개선됐다.

김 연구위원은 “하반기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완화돼 NIM 하락폭이 제한되는 가운데 비은행 자회사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예금·대출 금리가 빨리 재조정돼 NIM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하반기 그룹 실적을 가르는 건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자회사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방어, 비은행은 성장이라는 구도가 당분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밸류업 바람 속 ‘CET1 관리’ 부각


국내 금융지주에 ‘질적 다각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는 KB·신한이 자본여력과 비은행 기여도에서 앞서 있고, 우리금융은 2024~2025년 증권·보험 편입으로 ‘은행 편중’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고 본다. 농협금융은 은행·증권·보험 전 분야에서 존재감이 크지만, 은행의 공적 기능과 비은행 비중 탓에 이익 안정성은 시중은행 지주 대비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현장에선 비은행의 체력이 실적을 가르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엔 비은행 비중이 높은 지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증권은 브로커리지 회복과 운용 손익 정상화, 보험은 언더라이팅·투자이익, 카드·캐피탈은 조달비용 안정과 리스크 프라이싱 강화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주주환원 확대 기조 속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5대 금융지주 중 KB·신한은 2025년 3월 말 CET1이 각각 13.7%, 13.3%로 높고, 지난해 주주환원율도 39.8%, 40.2%로 상위권이다. 자사주 매입 비중이 커지며 두 그룹은 2024년 전체 주주환원 중 약 40%를 바이백으로 집행했다. 

규제를 벗어나면 배당·이자지급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배당·바이백과 완충력의 균형이 관건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지배구조 개선은 환영하지만, 완화 국면의 돌발 손실(PF 재분류, 소매 신용 둔화 등)에 대비해 CET1 방어선 아래에서 주주환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이 거래대금 회복, 운용 리스크(Value-at-Risk·듀레이션) 관리, IB 파이프라인에 좌우된다. 상반기엔 부동산 PF 충당금 누증이 둔화하고 금리·주식 변동성이 정규화되며 손익이 나아졌다. 보험은 신-국제회계기준(IFRS17) 체계 아래 언더라이팅 수익성과 투자자산 듀레이션,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 관리가 핵심이다. 

픽사베이 제공.

카드·캐피탈은 조달비용이 안정되면 스프레드 개선 여지가 생기지만, 경기 둔화 구간에선 연체·NPL 통제가 우선이다. 저축은행은 지역·업종 편중과 자본여력 이슈가 여전히 부담이다. 

거시 환경은 ‘완화로 기울되 속도는 변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ELS 기저효과 때문에 은행 실적이 좋아 보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엔 비은행의 ‘정상 성적표’가 더 중요해진다”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 관리, 운용 리스크 관리, 비용 효율화가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채권 금리, 크레딧 스프레드가 함께 재정렬될 수 있다”며 “은행은 NIM 방어, 그룹 차원에선 비이자·비은행이 실적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사업장별 잔여 위험이 남아 있고, 자영업·중소기업의 상환능력 저하가 연체율을 자극할 수 있다. 금리·환율·주식 변동성이 커지면 증권 운용손익, 보험 언더라이팅, 카드 연체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지주 차원의 리스크 통제는 대체로 양호하다”고 보면서도, “자본 규제를 놓치면 주주환원뿐 아니라 조달비용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승부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비은행의 ‘질적 성장’을 꾸준히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CET1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가다. 시장에선 비은행 비중이 높고 포트폴리오가 넓으며, 자본여력이 두텁고 비이자 부문에서 구조적 이익을 내는 지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이 뚜렷하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은행은 방어, 비은행은 성장’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배당·바이백을 무리 없이 지속할 자본력과 비은행의 안정적 이익 창출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