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흔들린다…하반기 금융사 PF ‘빨간불’
스트레스DSR 3단계·금리 부담…주택 거래 감소, 인허가·착공 축소
정부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재구조화 속도를 냈지만, 저축은행·신탁사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영향으로 거래·인허가·착공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들 업권의 PF 자산 운용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 정부 정리·재구조화는 속도 냈지만, 저축은행·신탁사 부담 여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PF 등 고위험 여신으로 단기 수익에 치우치다 보니 건전성이 나빠졌다”며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자금공급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PF 잔고와 연체, 대손충당금 적립 상황을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회의 직후 배포된 보도자료에도 같은 메시지가 담겼다.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진 ‘PF 체력 검증’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정부는 7월 1일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에서 1·2차 사업성 평가 때 ‘유의·부실우려’로 분류된 23조9000억원 가운데 9조1000억원(정리 6조5000억원, 재구조화 2조6000억원)을 3월 말까지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PF 고정이하여신비율과 PF 연체율이 각각 4.2%포인트(p), 3.0%포인트(p)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체 PF 익스포저 중 ‘유의·부실우려’ 비중은 11.5%(21조9000억원)로 여전히 크다. 연말까지 규제완화 조치도 연장됐다.
문제는 ‘속도’와 ‘남은 물량’이다. 금융권 전체 PF 대출 연체율은 3월 말 4.49%로 처음 4%대를 넘어섰다. 저축은행 업권의 PF 연체율은 2021년 말 2.5%에서 올해 3월말 9.0%까지 치솟았다. 6월 말에는 정리·매각 효과로 7.5%까지 내려왔지만, 단기자금 비중이 큰 조달 구조와 지방 브리지론(착공 전 단계 대출) 중심의 잔여 익스포저가 부담이다.
부동산신탁사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1분기 신탁사들이 72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영업수익이 2020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대손비용이 직전 분기 대비 57% 감소해 ‘일시 호전’이 나타났을 뿐, 업황 자체는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의 하반기 경고음도 이어진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하반기 금융기관 신용도의 핵심 변수는 잔존 PF와 가계부채 부담을 금리 하락과 신정부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상쇄하느냐”라고 짚었다. PF를 많이 보유한 업권(건설·신탁·캐피탈·증권)의 신용도는 개별 회사별 리스크 관리 수준에 따라 더 갈릴 수 있다는 경고도 붙었다.
◇ DSR 3단계·금리 부담…주택 거래 감소, 인허가·착공 축소
부동산 수요 위축과 사업기반 축소가 겹치며 건설사의 재무·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3일 ‘산업점검’ 리포트를 발간하며 “부동산 수요 둔화로 높은 미분양 위험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사업기반 축소와 안전관리 강화로 건설사의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여력이 줄었다”며 “7월 주택 거래량이 전월 대비 13.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주택 인허가·착공이 각각 7.6%, 18.9% 감소해 매출 기반이 위축됐다”며 “주요 건설사 매출은 4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다”고 덧붙였다.
미분양·채권·차입 부담은 구조적 위험으로 지목했다. 우발채무 측면에서도 본PF 10조1000억원, 브릿지 8조7000억원에 이르고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3월말 기준 15.2%, 28.1%로 뛰었다.
김창수 책임연구원은 “준공 후 미분양이 2만7000세대로 늘었고 지방 비중이 83.5%”라며 “매출채권이 33조8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고 순차입금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사고 재발로 공기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공사비·금융비용 상승으로 분양가는 2021년 대비 수도권 50.7%, 지방 76.5%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 위축과 고분양가가 맞물려 미분양 리스크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1년간 건설투자 감소로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보유 자산 매각, 차입구조 다변화, 선별 수주 등으로 유동성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방어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부실자산 정리·재구조화’는 진행형…향후 과제는?
정부는 4차 사업성 평가까지 마친 사업장 중 유의·부실우려 물량을 대상으로 경·공매와 수의계약,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해 정리·재구조화를 병행하고 있다. 저축은행권은 ‘PF 정상화 펀드’를 가동해 지난달 말 기준 1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을 매각·정리했다. 하지만 지방 현장 중심으로 유찰이 반복되는 매물도 적지 않다. PF 익스포저가 빠르게 줄어드는 곳과 정체된 곳의 격차가 커지는 중이다.
신탁사들은 ‘수수료 기반의 안정적 수익’이 약해진 반면, 보수적으로 쌓은 충당금이 실적을 갉아먹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 일부 회사는 신탁계정대여금이 늘고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재무건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사업장별 자금 구조 재설계, 선순위·후순위 채권자 협의, 분양가 조정 등 현장별 맞춤형 해법을 찾고 있지만, 거래심리 회복 없이는 속도가 나기 어렵다.
수요 측면에서는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KB경영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신규 입주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56% 수준에 그치는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 이후 매수 대신 전세로 이동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 매매·전세 모두 보합 내지 약보합이 섞여 있다. 주택시장의 온도차는 PF 현장의 미분양·분양성에도 영향을 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서도 지역별 흐름 차이가 확인된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거래 회복 기미가 있지만, 전체적인 회복세로 일반화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곁들여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 1.7%로 낮아졌지만, 금리·고용·정책 변수에 따라 주택 수요가 빠르게 변할 수 있다. PF의 ‘분양성 가정’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배경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하반기 PF의 경로는 금리·정책·잔여 익스포저에 달렸다”며 “금리가 내려가면 금융기관의 조달비용이 줄고, 사업장의 이자부담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신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토목·주택 수요를 자극하면 분양성도 개선될 수 있다”며 “반대로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관세·무역 불확실성 등 대외 변수가 커지면, 자금시장 경색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