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논의 급물살…조현범도 면소 되나
여 대표, 재계 배임죄 건의 청취…대통령에 전달 배임죄 폐지 시 형소법 따라 면소 판결 대안으로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도 건의 1심 유죄 조현범 회장, 항소심서 “경영판단” 주장
당정의 배임죄 폐지 논의가 속도를 내며 관련 재판을 받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처벌 규정이 사라지면 면소될 수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청청래 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배임죄를 폐지해 달라는 재계의 건의를 청취했다. 이어 오후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여당이 “배임죄 제도 개선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같은날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조현범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조 회장 측은 배임 혐의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변론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현대차 협력사인 리한에 50억원을 빌려주고 채권 회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혐의 내용이다.
돈을 빌려 준 데는 조현범 회장의 개인적 친분이 작용했다는 배임 혐의가 1심에서 인정됐다. 조 회장 측은 그러나 항소심에서 대여 전 변제 조건을 충분히 검토하는 등 경영상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현재 재판을 받는 사건은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배임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므로 소송 조건이 갖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4항은 ‘범죄 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됐을 때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배임죄 폐지 대신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만 법 조항에 이뤄져도 조현범 회장이 재판에서 크게 유리해진다. 그간 법원은 명문화되지 않았음에도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해 재벌 총수일가 관련 배임죄 사건에서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해온 사례가 많았다. 재계는 이런 유권해석을 더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조현범 회장이 총수 일가로서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오랜 기간 범행을 저질렀고,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해 구속시켰다.
이러한 경영 비리 의혹은 오너리스크로 작용해,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특히 조현범 회장이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2개사에서 2024년 총 104억원 겸직보수를 수령하게 한 의사결정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은 배임, 횡령 등 혐의로 2023년 3월 구속돼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었는데, 구속기간 동안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함에도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2023년 중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국앤컴퍼니에서 총 78억원을 받았는데, 이 중 50억원은 임원인센티브, 경영인센티브 등의 성과급이었다.
조현범 회장은 또 올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구속 됐는데, 6월까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급여로 5억4800만원, 한국앤컴퍼니에서 급여로 8억1900만원 등 총 13억6700만원을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상반기에는 급여만 지급하고, 비중이 큰 상여(성과급)는 하반기에 지급하며, 조현범 회장이 2025년 상반기에 받은 금액은 2024년 상반기에 받은 금액(13억6500만원)과 거의 같다. 구속수감 중인 지배주주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부적절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등기임원 대표이사를 맡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미등기임원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의 경우 재판 중이던 2019년 10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보수도 받지 않아 비교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