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硏 “금융업 LLM 확산 속 ‘정형 업무’ 먼저 자동화”
밸류체인별 도입 격차·데이터 접근성·설명가능성 이슈 부각 김세완 원장 “자율적 의사결정 에이전트 AI로 업무 효율성 획기적 향상”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사가 주도하고 정부가 인프라로 뒷받침하는 인공지능(AI) 체계를 구축해 장기 로드맵을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금융 AI 특허는 비상장·SaaS 스타트업이 주도
10일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원 28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콘레드호텔에서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 이전 통계적 머신러닝 시대에는 확률모형과 규칙 기반 접근이 중심이었다”며 “2010년대 딥러닝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며 이미지·음성 인식 성과를 내더니, 2017년 트랜스포머 등장과 이후 대형언어모델(LLM) 확산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가 등장해 활용 범위와 역할이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이상거래 탐지, 시장리스크 모델링처럼 수치·규칙 기반 업무가 중심이었다”며 “딥러닝 도입 이후에는 문서·신분증 인식, 대규모 거래 패턴 분석 등 비정형 데이터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LLM은 보고서 요약, 상담 기록 정리, 경제뉴스 분류 등 문서 처리의 정확도와 해석력을 끌어올렸고, 생성형·에이전트 AI는 리서치 보고서 작성과 자료 수집·분석 자동화까지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5~2018년에는 통계적 머신러닝 기반 특허가 다수였고, 2019~2022년에는 딥러닝 비중이 가장 컸다”며 “2023년 이후에는 LLM 관련 특허가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특허에서는 트렌드·센티먼트 등 AI가 생성한 합성데이터 활용과, 고객 전체 대화 이력을 학습해 맥락에 맞는 응답을 제공하는 챗봇 등 ‘맥락 확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상장 기업이 금융 AI 특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특히 기업 간 거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다”며 “전통 금융회사의 비중은 여전히 낮아 관망 또는 제한 적용의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조사에서도 ‘필요성은 88.8%가 인정하지만 실제 활용은 51%’라는 응답이 나와 현장 체감과 유사한 흐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밸류체인 관점의 심층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김 위원은 “자문, 자산관리, 공모펀드, 위탁매매는 거의 모든 단계에서 관련 특허가 확인됐지만, 투자은행(IB)·PF·부동산 인프라 펀드는 공백 단계가 존재했다”며 “자기매매에서는 성과평가·백테스팅 자동화, 위탁매매에서는 이상거래 모니터링과 주문집행(스마트 오더 라우팅 등), 자산관리는 커뮤니케이션·상품추천, 공모펀드는 성과평가·운용보고 단계에 특허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머신러닝은 주문집행·리스크 분석 등 정량 예측에, 딥러닝은 이미지·대규모 패턴 인식에, LLM·생성형 AI는 커뮤니케이션·공시 단계에 강점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위원은 “업무의 정형화 정도가 AI 도입을 좌우한다”며 “절차·판단 기준이 명확하고 반복적인 업무일수록 학습과 자동화가 용이하지만, 실사·투자자 유치처럼 상황 의존성이 큰 비정형 업무는 표준화와 효과 측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데이터의 양과 접근 가능성이 핵심”이라며 “공시·시세처럼 공개·구조화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은 도입이 빠르지만, 사모·부동산 인프라처럼 비공개 정보가 많은 분야는 표준 빅데이터 구축이 어려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요약했다.
그는 “AI 특허 맵을 통해 사업별·단계별 우선순위를 재정렬하고, 정형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자동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해 비정형 영역의 표준화와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활용의 확산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업 재설계의 문제”라며 “각 사가 밸류체인 전반을 재점검해 ‘어디서 성과가 나는가’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I 기술 발전이 기존 접근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며 “트랜스포머와 LLM은 인간 전문가 팀의 워크플로를 모사해 복잡한 금융 의사결정을 분업·협업 방식으로 풀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문맥 파악 능력과 병렬 처리로 대규모 학습에 유리하다”며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예기치 못한 창발적 능력이 드러나고, 비정형 데이터까지 결합해 투자 근거를 자연어로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모든 과제에서 창발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LLM은 다른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함께 다룰 수 있어 투자 논리와 근거 제시에 강점이 있다”며 “반면 장기 성과 검증과 에이전트 역할의 통계적 검증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의 특성을 토큰처럼 인식해 상호작용을 학습하는 금융 특화 트랜스포머가 등장했다”며 “자체 효과뿐 아니라 기업 간 상호영향, 시간에 따라 변하는 패턴까지 포착해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델 복잡성이 커질수록 설명 가능성은 낮아지는 만큼 해석과 성능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전통 지표만으로는 지수 예측에 한계가 컸지만, 복잡성을 높인 AI 자산가격모형과 주가 패턴 트랜스포머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순간적·이종 시계열 간 상관을 포착하는 최신 접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활용성에만 매이지 말고 최신 기술 동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장기 로드맵을 갖춰야 한다”며 “패러다임 변화를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신규 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품질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당장은 관련성이 낮아 보여도 잠재 가치를 가진 데이터의 수집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도입은 선택 아닌 필수…금투업 패러다임 전환 가속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최근 AI의 진화와 산업 접목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투자업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수준이었다면 향후에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상황을 이해해 능동적으로 결정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금융투자업에 적용하면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한 투자전략 수립, 리스크 관리 고도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확산 등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윤수 상임위원은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 금융 분야 특화 데이터 지원, AI 가이드라인 마련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주가조작 근절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 시스템에도 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금융투자업계가 AI 기술의 단순한 활용자가 아니라 혁신과 책임을 동시에 주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각 회사의 태도에 따라 업종 간 세력 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투자자에게 보다 정교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과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AI 활용 시 데이터 윤리, 알고리즘 투명성, 소비자 보호를 철저히 준수해 신뢰받는 금융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고,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도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투자전략을 설계하고 매매를 실행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즉 사람이 지게 될 것”이라며 “고객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가 금융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 과정에서 다수 금융회사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SaaS) 활용과 관련한 규제 예외를 신청했고, 허용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금융투자업에서의 AI 혁신이 금융포용성을 넓혀 더 많은 사람이 금융투자 상품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며 “과거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투자자문 서비스가 AI를 통해 청년이나 저소득층 등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의 금융 접근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융합된 현실”이라며 “이제 국내 자본시장이 해야 할 일은 AI 혁신의 흐름에 잘 올라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신뢰를 지키면서도 혁신을 지루하지 않게 추진하고, 고객에게 항상 새로운 가치를 주도록 가치를 지켜줄 필욕 ㅏ있다”며 “정부는 AI를 통한 금융시장 혁신 노력이 국민의 금융생활 질 향상과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인프라와 교육 체계를 늦지 않게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에도 하반기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약 5조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고, 국내 증시는 7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300조원을 돌파하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민간 자금과 연계한 100조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투자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장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의 파급효과에 대해 그는 실무 관점의 변화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AI 기술은 데이터 활용과 미래 예측 방식의 혁신을 통해 금융상품 개발·운영부터 위험관리, 고객 서비스까지 금융투자 전 영역을 새롭게 쓰고 있다”며 “최첨단 딥러닝은 금융 데이터의 복잡한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에이전틱 AI의 도입은 운영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라며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기술적 혁신과 인간의 지혜가 결합될 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금융투자업업계도 민간 차원에서 AI 혁신, 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 등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 AI 대전환의 시대 도전을 기회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AI가 주도하는 금융투자의 혁신은 더 이상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며 “전략, 리스크 관리,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에서 이미 핵심 기술로 부상했고, 특히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에이전트 AI로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기대와 함께 데이터 접근성 확대, 고성능 컴퓨팅 지원 확보, AI 거버넌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연구원은 충실한 연구를 바탕으로 AI가 이끄는 금융투자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연구를 토대로 금융투자업의 디지털 전환 방향을 제시하고 기여하고자 한다”며 “방대한 증권시장 뉴스를 AI로 분석해 투자 심리 동향을 실시간 포착하는 자본시장 심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형 데이터에서 투자 신호를 추출하는 AI 활용의 대표적 사례로서 금융 의사결정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구체적 성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