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감독체계 수술 ‘내부 반발’…정치보복?
‘현장 연계·공공기관 지정·지방이전’ 쟁점 파업 우려 커져, 현장 기능 약화·정책 혼선 우려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대수술 발표 뒤 금감원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 내부애선 현장 대응 약화, 자율성 축소, 지방이전 가능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정치보복으로 해석한다.
◇ 감독·소비자보호 분리...실효성 논쟁 커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7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하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금융위원회가 맡아온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다. 정부는 감독의 독립성과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반응은 거세다. 9일 금감원 정문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직원들이 모여 공공기관 지정 철회와 금소원 분리 반대를 외쳤다. 노조는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는 붙어 있어야 현장 대응력이 산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비자보호 전담기관 분리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고, 공공기관 지정은 인사·예산 자율성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정과 맞물린 세종·부산 이전설이 잇따르면서 내부 불안도 커졌다.
쟁점의 중심에는 ‘현장 기능’이 있다. 금감원은 검사·제재와 민원·분쟁조정을 한 곳에서 다루며 위험 신호를 빠르게 포착해 왔다. 소비자보호를 별도 기관으로 떼면 검사팀과 민원·분쟁조정팀 간 정보 교환이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개편 후 금감위 아래에서 금감원과 금소원을 지도·조정하고, 제도 설계로 연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책·감독 기능이 여러 기관으로 나뉘면 중복과 엇박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조직의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금소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관련 법에 따라 수도권 외 입지 검토가 유력해진다. 실제로 세종 신설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지방이전은 조직과 인력의 대규모 이동을 동반하고, 감독의 연속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이번 조직 개편은 금융정책·감독 재배치와 함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국회 세종의사당 추진 등 국가 차원의 공간 재편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감독과 소비자보호가 분리된다는 건 금융회사 입장에선 규제·감독 창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금감원 검사, 금소원 분쟁조정·민원, 금감위 정책 가이드라인이 빈틈없이 맞물려야 한다. 연결이 느슨하면 이행 비용이 커진다. 과거 가계대출·부동산 규제에서도 부처 간 속도차가 지적됐다.
반대로 제도가 촘촘해지면 대규모 분쟁이나 영업 관행 개선에 더 빠르게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피해 발생 시 ‘누가 총괄 책임을 지고 언제까지 무엇을 한다’는 절차의 명확성이다.
금감원 노조는 “공공기관 지정으로 조직 자율성이 줄면 위기 대응 기민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 금감원 분리 후 지방이전 가능성 부상…정치보복 재조명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분리 필요성은 오래 논의돼 왔고 내부도 알고 있던 사안”이라며 “이번 반발은 금소원 분리 자체보다 지방이전 불만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학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며 “그동안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에 뒀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콜센터 민원처리는 하기 싫고 검사·제재만 선호한다는 인식이 언론에 반복 노출됐다”며 “이재명 정부에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소비자보호 기구를 제대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해석도 뒤따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학계에서 금감원 분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누구나 인지하고 있었다”며 “금소원 분리보다 지방이전 불만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지정은 이복현 전 금감원장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 전 원장이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명해 내려보낸 이 전 원장이 재임 시절 민주당 의원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서 금감원 지방이전까지 거론되는 건 일종의 정치보복”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역으로 재임하던 올해 4월,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의 재표결을 미루려는 움직임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조직 개편은 범정부적 효율화 논리에 따른 것이고 특정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20년 이상 제 역할을 못한 것이 본질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콜센터 민원처리를 하러 금감원에 왔냐’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소비자보호 개념이 약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진심이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법투쟁은 가능하겠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면 파업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금감원 업무 중단은 곧 금융회사 업무 마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