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테이블코인’ 시대 임박…“한국도 대응 시급”

“미국, 종이 달러 패권을 블록체인 기반 ‘코인 달러’로 이어갈 것”

2025-09-11     조성진 기자
안동수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수석부회장.

블록체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 미국의 연방 스테이블코인 법(지니어스법) 통과·서명으로 미국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 “트럼프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결제화폐로 부상할 것”


11일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는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꼐 “차세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제31회 블록체인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안동수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수석부회장은 “미국에선 7월 연방 지니어스법이 상·하원을 통과했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을 했다. 그뒤 120일 후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 시점이 도래하면 ‘트럼프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세계적 결제 포인트 화폐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흐름에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세계적 기축통화 체제 속에서 트럼프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차이도 짚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이 아니고, CBDC와 달리 익명성이 보장된다”며 “CBDC는 거래가 중앙은행에 모두 노출될 수 있어 익명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위안화 기반의 CBDC를 고집하는 반면,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다른 길을 가려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기축통화 질서의 변곡점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지 100년이 넘었고, 역사적 수명으로 보면 전환을 고민할 시점”이라며 “미국이 종이 달러 패권을 블록체인 기반 ‘코인 달러’로 이어가려는 순서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화는 국제질서 전반과 각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라며 “한국, 대만, 일본 등 국민국가들은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가받은 결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만 발행이 가능하고,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현금·단기채 등 실물자산으로 100% 담보돼야 한다”며 “발행사는 정기 외부감사와 준비금·상환정책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발행사는 미국 은행비밀법상 금융기관으로 간주돼 고객확인제도(KYC)·자금세탁방지(AML) 등 엄격한 규제를 받으며, 파산 시 보유자는 우선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증권이나 투자회사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규제 경계가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실명계좌 제도, 과도한 상장·포인트 제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낮은 수수료와 즉시결제라는 장점을 살려 법의 보호 아래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용 상위국은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이 많지만, 한국도 빠르게 상위 그룹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자산 보유 확대와 국가 전략의 연계도 언급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비트코인을 더 많이 보유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를 통해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분야의 ‘지도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G2·G3로 도약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초롱 텔러스디지털 실장.

이초롱 텔러스디지털 실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국가재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국채 발행시 총발행액 기준으로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문제는 재정 건정성 논란을 의식해 정부의 단기물 발행이 기피되고 있다"며 "국채 발행시 기준을 총발행액에서 잔액 기준 채무관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미국 무역·통화 전략 격변…원화 스테이블코인 검토 시급”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들어 관세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기조가 뚜렷하다”며 “미국이 무역적자를 축소해 달러를 회수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경색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회장은 “그동안 미국은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해 무역적자를 통해 달러를 공급해 왔다”며 “이제는 달러 가격에 거의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을 공급함으로써 무역적자를 줄이면서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고난도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서 늘어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커다란 제약이 생긴다”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에서도 ‘57억 달러 수준’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진 이들이 모바일 결제로 소비하고 있다”며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 회장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이 이 문제를 2~3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의 화폐·금융이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우리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민주당 경제정책위원장을 역임한 이한영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회장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일상과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는 현재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이 회장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금융과 실물경제, 나아가 글로벌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이미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계는 이론적 필요와 미래 전망을, 산업계는 실질적 경영과 현장 중심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제도와 산업에 접목해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며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미래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면 블록체인과 AI 시대에 한국이 한 발 앞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논의가 각자의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