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소비쿠폰 D-7…형평성 논란 속 경기부양 효과는?

1차 대비 축소된 대상과 간소화된 신청이 특징 국채 의존 방식 부담...향후 다른 복지예산 등 압박

2025-09-15     조성진 기자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오는 22일부터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수 회복과 소상공인 매출 진작을 꾀한다는 입장이지만, 세수 부족 속에서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에 대한 부담과 함께 상위 10% 배제 기준의 형평성 논란, 미국과의 통상 협상 난항이라는 외부 요인도 겹치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 누가 상위 10%인가…지급 대상 기준 논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부터 2차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다. 신청 마감일은 10월 31일 오후 6시다.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로, 기한 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정부는 상위 10% 배제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재산세 과세표준, 금융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가구별로 건강보험료 부담액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서, 재산세 과세표준이 12억원을 넘지 않고,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지원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복잡하고 가구별 사정에 따라 형평성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연소득은 낮지만 시세 기준 주택 가격이 높아 재산세 과세표준이 초과되는 경우나, 반대로 실질적인 자산은 많지만 건강보험료 부담이 낮은 고령 은퇴자 등은 기준 적용에 혼선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이의신청 기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등록상 가구 구성 변경(혼인, 이혼, 출산, 사망 등)에 따른 조정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마트 모습. 연합뉴스

또한 정부는 1차 소비쿠폰 지급 이후 주요 소비 지표가 개선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7~8월 중 소비자심리지수는 반등했고, 소상공인 매출도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차 소비쿠폰의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차에 비해 대상이 줄었고, 1인당 지급 금액도 동일한 만큼, 소비자 기대효과가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정비용 상승과 금리 부담, 물가 압박 등의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급된 10만원이 단기 소비로 이어지더라도 지속적인 내수 확대나 소득 증대 효과로는 연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를 기록했으며, 전기요금과 농산물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저소득층은 소비쿠폰을 식료품 구매나 공과금 지출 등으로 활용해 결과적으로 자영업 매출 증대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세수 부족 속 국채 발행 확대…재정 건전성 우려 커져 


이번 소비쿠폰 2차 지급은 6월 국회 문턱을 넘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재원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미 세수 부족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는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국고채 발행계획을 조정했다. 그 결과, 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약 1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경우, 이자 비용만으로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소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올해 예산안에서 국채 이자 비용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국방비나 복지예산 일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 목적의 소비쿠폰이 이러한 재정 구조 속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배경이다.

물론 정부가 소비쿠폰과 같은 내수 정책을 내놓는 배경에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의 관세 조정 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관세 협상 및 통상 현안을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 확대, 관세 유예 조치 지속, 무역장벽 완화 등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 요구와 조건 협상에서는 유연성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고용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결국 내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환율 불안,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기 둔화 등 복합적 대외 요인이 겹쳐져 있어, 내수 진작 효과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2차 소비쿠폰 정책의 핵심이 ‘선별적 형평성’과 ‘정책 체감도 제고’에 있다고 강조한다. 복지 예산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 하위 90%로 지급 대상을 줄였고, 신청·사용 편의성을 높여 보다 빠른 소비 촉진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9월 15일부터는 ‘국민비서’ 서비스를 통해 대상 여부를 사전 안내하고 있으며, 대상자 조회 시스템도 카드사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 지급 방식이 아니라, 실제 소비 여력이 낮은 계층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재정 여건이 어려운 만큼 타깃팅 전략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최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앞서 지급한 1차 소비쿠폰이 단기적인 소비 증가 외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학계 한 관계자는 “고령층과 1인 가구, 다자녀 가구 등 복합 소득·자산 구조를 가진 가구에 대한 기준 재조정도 필요하다”며 “특히 연금소득과 임대소득 등 비정기 소득이 많은 고령층의 경우, 정량적 기준만으로 대상자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채에 의존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향후 복지지출, 사회안전망, 인프라 예산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정책 종료 후 효과 평가와 함께 출구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사 소비쿠폰 수령 방식은 신용카드·체크카드 포인트,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중에서 선택 가능하며, 카드 포인트 방식의 경우 신청 2일 이내에 자동 충전된다.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 카드 콜센터, 주민센터 등에서 신청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일부 핀테크 플랫폼에서도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 첫 주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가 적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