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중국 발주 검토…“글로벌 경쟁·국내 산업 모두 무시”
HMM이 중국 조선소에서 중형 컨테이너선 10척 발주를 검토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조선사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데도 단기 비용 효율과 틈새 시장 대응에 치중하면서 국내 중소·중형 조선사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해 비판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HMM이 검토 중인 선박은 1900TEU급 6척과 3000TEU급 4척으로 총 10척 규모다. 중국 조선소 발주 검토는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으나 국내 중소·중형 조선사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이번 HMM 중국 발주를 글로벌 경쟁 관점에서 분석하면 대형 항로 경쟁에서 핵심 전략이라기보다는 틈새 시장 대응과 단기적 비용 절감 성격이 강하다. 1900~3000TEU급 중형선은 장거리 메인 항로의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으며, 발주 규모와 시장 영향력도 제한적이다.
특히 HMM은 중국산 선박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중국산 선박에 대한 항만세 부과를 미국 항만을 기항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해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규제 초안에는 중국산 선박을 소유한 선사에 대한 제재 조항이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형 조선사들의 수주 시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과 가격 압박으로 위축돼 있다. 일부 중소조선사는 단 1~2척 발주만으로도 연간 가동률이 15~25% 변동할 수 있어, 생산 계획과 재무 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HMM은 공식 입장을 통해 “HMM은 안정적인 성장 기반 확보와 선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대형선과 함께 중소형선 도입도 추진 중”이라며, “선박 발주는 여러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검토 단계라고 해도 전략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투자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며, 국내 산업 보호와 장기 경쟁력 확보를 고려한 의사결정이필요하다 의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HMM이 단기 수익과 글로벌 경쟁만을 고려할 경우, 장기적 산업 기여와 전략적 투자에서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 중소·중형 조선사의 가동률과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 경쟁력과 지역 경제 보호에도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선박 구매와 배치가 물류 운영에 적합한지 여부, 국내 발주와의 균형 등은 HMM 향후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HMM의 선박 발주 문제는 단순한 기업 의사결정을 넘어, 산업은행 지원 기업으로서 경영 판단과 책임 문제와 연결된다. 정부 지원과 정책적 혜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이 강조된다.
장기적으로 HMM의 발주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국내 산업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수익 극대화에만 치우칠 경우 국내 중소·중형 조선사 피해와 지역 경제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조선사 피해와 지역 경제 측면의 세부 사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HD현대미포조선과 HD현대삼호는 수주잔량이 충분해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성동조선과 대한조선 등 영세 조선사는 단 1~2척 발주만으로도 가동률 변동과 재무 부담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가격 경쟁과 기술 투자 측면에서도 영향이 크다. 중국 조선소의 저가 입찰 전략으로 인해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의 가격 경쟁력과 마진이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과 안전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전남, 거제, 통영 등 지역 조선소와 관련 기자재업체, 고용에 직간접적 파급이 있을 수 있다. 국내 발주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일부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HMM의 중소형 선박 중국 발주 검토는 글로벌 경쟁도 국내 산업도 무시한 선택”이라며 “매각 등을 통해서 물류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수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HMM의 선박 발주 방향과 사업 전략은 단순한 기업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 정책과 맞닿은 문제로 보인다. 발주 결정 과정에서 국내 산업 보호, 장기 경쟁력 확보, 정부 지원에 대한 책임 있는 판단이 요구된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